국회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가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격상 추가근무 시간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근로를 가정한 수당을 급여에 미리 반영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예컨대 실제 연장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월 20시간 연장근로수당을 일괄 지급하는 식이다.
정부도 ‘상반기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수다. ‘공짜 노동 통로’로 악용된다며 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9건이나 발의 중이지만 노동 현장 실태와는 괴리가 크다.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힘든 수많은 업종·직무에서 노사 자율 합의를 거쳐 나름 효율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작동 중이다. 포괄임금 금지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종료 때까지 관련 지침조차 내놓지 못한 이유다.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노동착취 수단’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지만 오해에 가깝다. 상당수 사업장이 ‘연장근로를 많이 한다’는 가정 아래 실제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포괄임금을 책정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 노동전문가의 견해다. 일괄 지급되는 포괄임금 금지가 오히려 근로자의 실제소득 감소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근로자 사업주 모두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순기능도 분명하다. 법원 역시 근로자에게 불리한 포괄임금계약은 인정하지 않는다.
‘근로자 통제 강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사업주 입장에선 정해진 업무를 정규 근무시간에 끝내도록 강제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흡연시간이나 티타임 통제 등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어디까지가 근로시간인지, 근로시간을 어떻게 기록할지를 둘러싼 노사분규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에 대응해 ‘포괄임금 폐지 후 임금이 기존 임금보다 낮아지면 안 된다’는 단서(부칙) 조항을 두겠다고 하지만 이는 위헌적이다. 초과근무 가정하에 산정된 임금의 무조건 지급을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데도 보상을 덜 하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는 당연히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과잉 대응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입법 폭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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