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다이내믹 인디아] 인도 예산안으로 읽는 정책 변화

2 hours ago 1

입력2026.04.03 17:38 수정2026.04.03 17:38 지면A21

[김동현의 다이내믹 인디아] 인도 예산안으로 읽는 정책 변화

1일 인도의 새로운 회계연도인 FY27이 시작됐다. 인도의 회계연도는 매년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다. 이번 인도 연방정부 예산은 단순한 재정 계획을 넘어 인도 경제의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현금 지원보다 세제, 관세, 통관, 보세, 경제자유구역, 이전가격 제도 정비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사업 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기적인 투자 인센티브보다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기업이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印,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육성

FY27 예산을 보면, 인도 정부는 7%대 성장, 1%대 물가, 4%대 재정적자를 동시에 관리하며 거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비용과 리스크를 낮추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인도 정부의 전략적 포지셔닝 변화다. 인도는 더 이상 단순한 내수 시장이 아니라 생산, 서비스, 에너지를 결합한 글로벌 거점 국가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옛 인도 의회 의사당.  필자 제공

옛 인도 의회 의사당. 필자 제공

현재 인도 전역에서 후공정 중심으로 10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디아 세미컨덕터 미션(ISM) 2.0’을 통해 장비·소재·설계까지 확장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해외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소득에 대해 2047년까지 소득세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도입했다. 또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저탄소 기술 분야를 핵심 산업 인프라로 규정하고 관련 설비에 대한 관세를 인하함으로써 제조업의 전력 수급 안정성과 환경규제 대응 여건을 동시에 개선하고 있다. 제조, 통관, 디지털, 에너지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인도를 글로벌 공급망 핵심 허브로 육성하려는 전략이 더욱 명확해진 것이다.

이 같은 인도 예산안에서 나타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우리 기업은 인도 진출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진출 방식을 더욱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진출 초기에는 고정 투자 부담 없이 보세구역, 계약제조, 세이프 하버(안전 피난처)를 결합해 공장 설립 이전에도 외주 생산을 활용한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시장 반응을 선제적으로 검증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현지화를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이 더욱 쉬워진다.

韓기업, 정책 변화 기회 활용해야

그동안 인도 진출의 주요 장애 요인이던 불확실성 역시 줄일 수 있다. 계약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정사업장 및 이전가격 관련 과세 리스크가 제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수출입 운영 방식도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확정과 자율 관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관세 납부 유예가 확대되고 품목분류 사전심사의 유효기간도 연장했다. 면세 원자재의 운용 기한이 늘어나고 통관 절차의 디지털화와 사후 정정 허용도 병행하고 있다. 인도의 FY27 예산은 정부 정책 방향이 ‘지원에서 설계’로, ‘시장에서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사업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김동현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