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나 좀 자극적이다. 배신에 무슨 경제학이 있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배신당할 준비를 해야 하나.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화폐의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 혹은 조삼모사, 눈앞의 이익, 자극, 도파민, 권력이 미래의 그 무엇보다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 배신이 나의 뱃살이든, 4번 아이언이든, 혹은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큰딸이든 우리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투자자, 그리고 기업인은 이런 배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21년간 꾸준히 배신당한 나의 꼼수를 공유하겠다.
배신을 준비하는 기술
배신은 천재지변이다. 이걸 100% 막겠다고 하다가는 자책과 번아웃만 불러온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나의 혈당을 올리는 것처럼 배신은 인간의 의지로는 피하기 힘든 것이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배신은 예방보다 대응이 더 중요하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면 최소한 30분은 러닝을 할 것, 분기별 판매관리비가 증가하는데 거래처 수가 늘지 않는다면 영업팀장을 날리는 것이다. 배신은 피할 수 없지만, 당했을 때의 대응 속도와 방안이 바로 당신의 실력을 말해준다. 배신에 대한 응징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또 배신은 평소 같은 상태(business as usual)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배신당하는 걸 기초로 시나리오를 짜라는 얘기다. 굉장히 염세적이고 성악설에 기반한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준비가 당신의 비즈니스와 삶의 면역력을 한층 올려준다. 실사 결과와 달리 재고, 현금, 채무, 세금, 설비 등이 다를 경우 최소 3~7년 이상 쫓아가서 토해내도록 계약을 철저히 쓰는 것이 좋은 예다. 미리 상각하고, 충당금을 쌓아두자. 그러면 배신당하지 않은 그대에게 충당금 전입이라는 상이 내려진다. 사모펀드 투자 21년 차인 나도 이런 배신은 매년 두 건 이상 찾아왔다. 내가 특별히 재수 없는 인간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반드시 배신을 준비해야 한다.
모든 배신과 변심은 그 흔적을 남긴다. 6개월, 하다못해 한 달 뒤 매출총이익 목표를 못 맞추는 경영진은 배신의 씨앗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경영자(CEO)가 싸울 때, 새로운 CFO를 추천해 대표에게 만나보라고 할 때 그 약속 날짜가 잡히지 않는다면 배신의 향기가 난다. 이런 배신의 전조는 질문과 관찰로 찾아낼 수 있다. 근태는 좋은지, 연락은 닿는지, 일정은 투명한지, 비용은 적절히 쓰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 좋은 예다. 예산을 세울 때 환율은 얼마로 추정했는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예상했는지 등 극히 기초적인 가설도 물어보라.
배신을 당한 그대에게
배신당했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배신 자체는 여러분이 저지른 것이 아니다. 배신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배신하는 자에게 단기적인 기댓값이 크기 때문이다. 배신을 시도하는 자는 정보의 우위에 있고, 단기적으로 경제적, 감정적 보상이 있다. 횡령, 배임, 기만, 사기에 대응하는 조직이 없었다면 상당수의 배신이 성공할 수도 있다. 포기하지 말라. 당신이 배신당했다는 것은 당신이 그만큼 너그럽고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배신당한 것에 감사하라. 당신에게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젊음, 조직, 현금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라.
배신당했을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수치심과 회피다. 비록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배신당한 것을 숨기지 말라. 배신의 가장 빠른 해결책은 그 배신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체지방률이 30%를 넘었으면 “나는 돼지다”라고 인정하고 매일 식단을 공개해야 한다. 매출채권 회전율이 180일을 넘어가면 이걸 영업팀과 고객사에 공지하고 바보임을 인정하는 것, 영업적자가 예상되면 노조위원장에게 거지인 걸 까발리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배신을 섣불리 혼자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이미 배신을 당한 시점에 사업과 조직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성급하게 용서하거나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배신에 따른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데는 다양한 법률적, 재무적 대응과 해석이 필요하다. 놀랍게도 우리 주변엔 다양한 종류의 변호사, 감사, 회계사, 협상가가 존재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앞으로 벌어질 두 번째와 세 번째 배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늘 먹는 치킨, 내일 마시기로 한 맥주, 지금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모두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다. 니체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했지만, 배신과 실패에서는 이런 원칙이 통하면 안된다. 기록하고 공유하고 떠들고 마음에 새겨라. 당신 인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신을 하나라도 더 줄여라. 그대의 내장 속에 있는 포화지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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