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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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3 17:30 수정2025.10.13 17:30 지면A35

국민 10명 중 4명(37.4%)이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에 반대한다는 한경 보도(10월 14일자 A10면)다. 한국고용복지학회 여론조사에서 이에 대한 찬성 응답은 28.2%에 그쳤다. 정부가 퇴직연금 기금화를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그 운용 주체로 국민연금공단을 검토하는 움직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간 금융회사와 국민연금공단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9.1%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공무원·공공기관 종사자의 42.3%가 공정 경쟁에 회의적이라는 사실은 이들마저 퇴직연금 시장이 왜곡되는 ‘관치금융’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현재 43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 부진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93%에 그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자산 증식 효과가 전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8.17%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률 차이는 퇴직연금이 적립금의 82.6%를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했기 때문이지,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을 잘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퇴직연금 기금화를 추진 중이다. 운용 주체로는 기존 연금사업자 컨소시엄을 비롯해 국민연금공단, 기업별 기금수탁법인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수익률 부진의 이유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기금화를 성급히 추진하기보다 현행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고도 꼭 기금화를 해야 한다면 국민연금공단은 운용 주체에서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 노후 소득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보장 체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노후 자산 상당 부분을 국민연금공단에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수익률 제고라는 명분 아래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부작용이 커질 우려도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기금화에 따른 문제점을 신중히 검토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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