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주 광풍이 불고 있다. 원화 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라곤 하나 제도화도 되기 전에 이처럼 과열되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원화 코인 도입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원화 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며 원화 코인 허용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코인 발행자의 인가 요건을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을 다음달 발의할 예정이다. 미국 상원도 지난 18일 일명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전(錢)의 전쟁’이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원화 코인 제도화는 더 이상 논의를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주요 10종 기준)은 2309억달러(약 314조원)로 불어났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원화를 대체하고 자본 유출입을 가속화하는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규제 공백 상태에서 막연한 기대로 관련주가 급등하는 것 또한 방치할 수 없다.
하지만 원화 코인 도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인 발행자의 자격 요건, 소비자 보호 장치 등 제도화와 관련해 면밀하고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화 코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코인런)가 발생하면 금융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또 외환 관련 위험을 키우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은행권에 우선 발행을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의 말은 일리가 있다.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금융안정·경제 전반에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발생 가능한 모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