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규 원전 안 지을 수도”… 법정 계획을 장관이 뒤집어도 되나

3 weeks ago 12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원전 건설 백지화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 것이다.

올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 3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최대 전력 수요가 올해 106GW에서 2038년 145GW로 37%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1년여의 전문가 숙의 과정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이 같은 계획을 담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기차 수요 등을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전기본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장관이 뒤집겠다는 것은 국가 대계인 에너지 정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얼마 전 “11차 전기본은 당장의 이슈가 아니라 2035년 이후 전력 수요를 보고 대비하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김성환 장관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되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조화롭게 가는 게 좋다”고 했지만, 태양광·풍력 등의 발전 단가는 원전보다 3∼6배나 비싸고 날씨에 따른 변동성도 커 기저 전력으로 적합하지 않다.

올해 시작돼야 할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가 내년 하반기 12차 전기본 확정 뒤로 미뤄지거나 아예 백지화될 경우 중장기 전력 공급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겨우 숨통이 트인 원전 산업 생태계와 기술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AI 시대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저렴한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원전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이 탈원전 기조를 뒤집고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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