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이치 주포’와 술자리 후 수사, 재수사, 특검도 한 부장검사

1 week ago 11
김건희 특검 수사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한문혁 부장검사가 4년 전 이 사건 피의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술자리를 하고도 함구한 채 계속 수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부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2021년 7월 지인과의 저녁 자리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고, 지인의 집으로 옮겨 2차 술자리까지 가졌다. 그 후 석 달 뒤 이 전 대표는 검찰에 구속됐다. 1년간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하다 다른 청으로 전보됐던 한 부장검사는 올 4월 서울고검 재수사팀에 합류했고, 6월 특검에도 파견됐는데 술자리 사실을 계속 숨겨 왔던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여러 사건에서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돼 온 인물이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면서 ‘주포’의 위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런 인물과 술자리를 했던 검사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는다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게 자명한데도 한 부장검사는 보고를 하거나 수사·공판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한 부장검사는 술자리 당시엔 이 전 대표가 피의자가 아니었고 관련자인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한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와의 술자리에서 신원을 파악했고, 그런 뒤에도 술자리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지만 이때 알았냐, 몰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부장검사는 이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2021년 10월경 그가 동석자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가 동석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당장 자진신고를 하고 수사와 재판에서 손을 떼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9개월간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다. 이뿐 아니다. 3년 뒤 서울고검 재수사팀에 합류했을 때도, 이어 특검 수사팀장으로 파견됐을 때도 한 부장검사는 술자리 사실을 끝까지 함구했다.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니, 어떻게 검찰을 믿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의 술자리는 참석자 5명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이 전 대표 측이 최근 특검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고 한다. 이 전 대표 측이 사진까지 공개했을 정도면, 검찰 수사나 재수사 단계에서도 사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한 부장검사나 주변에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친윤 검사’들이 검찰총장까지 ‘패싱’해 가면서 김 여사에 대해 특혜성 ‘출장 조사’를 한 뒤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으면, 검찰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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