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닻 올린 ‘AI 고속도로’… 인재 유출 못 막으면 “3강 도약”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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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미국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울산에 짓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해 “울산 경제가 살아나고 대한민국 성장을 꽃피우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건 이 대통령은 산업화 성공을 이끈 경부고속도로처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이른바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밝혀 왔는데, 이번 방문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놓고 세계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로 들어설 데이터센터는 AI 주도권 경쟁을 뒷받침할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와 아마존은 장기적으로 이곳 규모를 확장해 동북아 최대 AI 허브로 삼겠다고 하는데,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한국의 경쟁력을 높일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AI 인프라 구축은 시동이라도 걸었지만, AI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 인재들은 탈(脫)한국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순유입은 인구 1만 명당 ―0.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에 그쳤다. 과학계 전체로 봐도 국내 과학자의 해외 이직률(2.85%)이 외국 과학자의 국내 유입률(2.64%)보다 높은 실정이다.

의대 쏠림과 이공계 이탈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기술 인재의 양과 질이 경쟁국에 비해 열세인 건 물론이고 그나마 키운 인재들도 글로벌 빅테크와 대학 등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 체계, 연공서열식 보상 시스템, 부족한 연구개발(R&D) 예산, 경직적인 근로 환경 등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얽힌 결과다.

AI가 주도하는 산업 대전환기에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단순히 기술 인재 유출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격적 조건 등을 앞세워 국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전략으로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발맞춰 고속도로를 깔고 100조 원을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이를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면 AI 3강 도약은 헛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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