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봉법이 불 지른 ‘추투’… 이러다 ‘소’ 잡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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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전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 지침을 내렸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전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 지침을 내렸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정부가 2일 국무회의를 열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을 심의·의결했다. 실제 시행까진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지만 벌써 산업 현장은 고소, 파업, 시위가 이어지며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대화촉진법’이 아니라 경제계의 예상대로 ‘갈등조장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노조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한 양사의 합병 발표에 반발해 2일부터 나흘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금융산업노조도 이달 26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9월 들어 ‘추투’는 제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노조 측의 실력 행사도 거세지고 있다. 건설노조는 협력사에 노조원을 추가 채용하라며 SK그룹 본사 앞 시위를 예고했고,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27일 전현직 회사 대표와 함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까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불안감이 커진 기업들은 “우리 회사에 투자할 때 주의하라”고 공시해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 SK㈜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투자설명서에서 손자회사의 석유화학 부문 재편에 노란봉투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회사채 발행 증권신고서에 근로자가 경영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은행이 콜센터의 해외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고, 주식시장에서 로봇 관련주가 급등하는 등 노란봉투법발 고용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증발해 버리면, 근로조건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절제된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 곧바로 단체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사용자성의 인정 범위, 쟁의 행위 판단 기준 등 핵심 쟁점을 명확히 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노동계가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 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기대를 접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조기에 안착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산업 현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 성장의 날개가 꺾이는 사태를 노동계도 원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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