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 경직성이 韓·대만 성장률 차이 불렀다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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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3 17:28 수정2025.10.23 17:28 지면A39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제 열린 노란봉투법 정책 토론회에서 “저출생, 주 4.5일제, 노란봉투법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경직화와 이로 인한 자본 유출이 한국과 대만 성장률 차이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대만 성장률 전망치(IMF)는 5.3%로, 한국(0.9%)의 여섯 배에 이른다. 이대로 내년 3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 노동 경직성은 더 심화하고 성장 격차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끔찍한 경고다.

이미 우리 노동 경직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2025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항목 점수는 56.4점(부자유)으로 전체 184개국 중 100위에 그쳤다. 대만은 69점(거의 자유)으로 17위에 올랐다. 임금, 근로시간, 채용, 해고 등 노동 규제가 경직될수록 점수가 낮아지는데, 이 지표는 우리 노동시장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노란봉투법이 노조에 막강한 힘을 실어주면서 경직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김기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교섭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형사처벌하겠다는 ‘노사교섭협박법’”이라고 질타했고, 조 교수는 “노사 균형성을 상실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조 교수는 “노동법 개정 때마다 노동운동가, 로펌, 노동전문가에게 큰 잔칫상을 마련해주는 형국”이라며 노란봉투법을 민주노총 합법화(1999년), 노조 설립 용이화(2006년), 복수노조 허용(2011년)에 이은 ‘4차 잔칫상’이라고 규정했다. 오죽하면 학자들이 이런 험한 말까지 써 가며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할까 싶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 규정한 ‘사용자’ 정의가 모호해 교섭 대상인지 불명확한 데다 대기업이 수백 개 하청업체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을 경우 공고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조차 없는 실정이다. 쟁의 대상이 된 경영상 결정도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구체적인 지침이나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후에도 노사 간 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정은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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