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군함 공동 건조, 닻 올린 ‘MASGA’… 안보·경제 동맹 지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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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관계자들이 마스가 모자를 쓰고 있다. 2025.8.27 필라델피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관계자들이 마스가 모자를 쓰고 있다. 2025.8.27 필라델피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HII)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군수지원함은 전투함에 연료 및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군함이다. 한국 조선소가 미국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따낸 적은 있지만 새로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지평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HD현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에서 HII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HD현대가 설계와 건조에 참여하지만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한 ‘번스-톨레프슨법’ 등에 따라 실제 건조는 미국 내에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양사는 미국 내 조선 생산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조선 분야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도 검토하기로 했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깃발을 올린 이후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법인 설립, 현지 선박 건조 등 미국 진출 전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현재 연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군함 MRO 전문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27∼31일 APEC 정상회의도 한국 조선의 경쟁력을 보여줄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주요 정상과 경제인들이 조선소를 찾을 예정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방문 가능성도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미 상선·군함의 해외 건조를 막는 미국 내 규제를 개정하거나 우회해야 하고, 한국산 함정이 ‘동맹국 생산품’으로 인정되려면 한미 국방 상호조달협정(RDP-A)의 체결이 필요하다. 마스가에 자극받은 일본의 경쟁과 중국의 노골적 견제도 넘어야 한다. 최근 일본은 미국과 조선 분야 협력 각서 체결을 추진 중이고,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관세 협상의 첫 돌파구를 열었고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의 초석을 놓았다. 조선 협력이 구체화되면 이어질 관세 협상 후속 협의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원전 인공지능(AI) 등 후속 협력사업도 이끌어 낼 수 있다. 한국 조선이 미국에서 진격의 뱃고동을 울릴 수 있도록 정부도 정책적, 외교적 지원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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