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시한 서한을 보내 다음달 1일부터 이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9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3주가량 미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예정대로 25% 관세를 부과했다면 한국 수출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올 상반기 대미 수출은 자동차(-16.8%)를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일본 등 경쟁국들도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맞는다면 한국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한국 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작을뿐더러 관세를 판매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도요타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56%지만 현대차·기아는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관세 부과의 영향은 이미 주요 수출 기업의 2분기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 급감했다. LG전자 영업이익(6391억원) 역시 반토막(-46.6%) 났다. 미국은 10% 기본관세 외에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가전제품에 쓰이는 철강 파생제품에도 50% 관세를 매기기 시작해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관세 부과의 영향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2.0%)에서 수출 기여도는 1.9%포인트로, 사실상 수출이 성장을 전적으로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여건도 악화”(KDI)한 상황에서 고율의 상호관세마저 맞는다면 그야말로 한국 경제는 설상가상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남은 23일간 최대한 관세율 인하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위급 협상에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조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서라도 상호 호혜에 입각한 협상 타결을 시도해야 한다. 예고된 25% 관세를 그대로 맞는다면 ‘제로 성장’의 늪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