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그룹 지주회사 포르쉐SE가 독일 증시 대표지수인 DAX에서 퇴출됐다는 외신 보도다. 중국 시장 판매 부진, 전기차 전환 실패, 미국의 관세 부과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5년 전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난 결과라고 한다. 특정 기업의 실적 부진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독일 자동차업계의 위기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급부상과 맞닿아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 전기차를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독일차 입지는 좁아졌다. 독일 자동차산업을 떠받치던 중국이 위협적인 경쟁자가 된 것이다. 한때 강력한 브랜드 가치가 독일 자동차의 경쟁우위 요인이었지만, 배터리와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변화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독일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유럽시장 침투도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유럽연합(EU)이 2024년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고 있는 최대 35%의 상계 관세까지 무력화할 정도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국내 진출 11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R&D) 거점인 남양연구소에서 대규모 중국 전기차 시승 및 품평 행사를 하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레드 테크의 파고는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 로봇 등 첨단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은 중국발 물량 공세에 밀려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 변화를 읽지 못하고 안주하다가는 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배터리, 제조 역량을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중심의 산업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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