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창동·성수·동작에 창업허브(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2025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사람을이해하다는 급성심정지(이하 심정지)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휴대용 의료기기 ‘24시간 심장지킴이(이하 심장지킴이)’를 개발하고 있다. 심장지킴이는 레이더 센서를 활용한 비접촉 방식으로 심박과 호흡을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심박변이도(HRV), 호흡변이도(RV)를 산출해 심정지를 예측한다.
사람을이해하다는 오는 2026년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한 후 심장지킴이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미국 원격 의료 시장 진출과 함께 비접촉 혈압 측정,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의료기기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질병 예방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정창진 사람을이해하다 대표를 만나 비접촉 심정지 예측 기술과 심장지킴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창진 사람을이해하다 대표 / 출처=IT동아
심정지 예측 솔루션 개발 위해 창업
IT동아: 안녕하세요, 정창진 대표님.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창진 대표: 안녕하세요, 사람을이해하다 정창진입니다. 저는 20년간 의료정보시스템을 개발했고, 의료기기 개발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했습니다. 주로 전자의무기록(EMR)을 담당했어요. 그러다가 지난 2021년 7월 사람을이해하다를 창업했습니다.
IT동아: 사람을이해하다를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창진 대표: 심정지는 불규칙한 심장 박동으로 모든 심장 활동이 갑작스럽게 상실되어 호흡이 멈추는 질환입니다.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4분의 골든타임 이내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으면 뇌 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골든타임 이내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심정지로 인한 사망률은 약 91%로 상당히 높습니다.
저는 심정지를 최소 1시간, 최대 24시간 전에 예측해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9년부터 이상형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와 함께 심정지 예측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심정지 발생 전 몇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흉통, 호흡 곤란, 어지러움, 피로, 심계항진 등 다양한 전구 증상을 경험한다는 논문을 보게 됐고, 레이더 센서 기반 비접촉 방식으로 심박과 호흡을 측정하는 기술을 접했습니다. 이를 통해 심정지 예측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사람을이해하다를 창업했습니다.
IT동아: 처음 고민을 시작한 게 2009년인데 실제 창업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창진 대표: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심정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레이더 센서 기반 비접촉 방식을 접하면서 저희가 구상한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사람을이해하다와 심장지킴이에 대해설명하는 정찬진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사람을이해하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명이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정창진 대표: 사람을이해하다는 ‘개인의 고유한 생리적 특성과 변화를 고려한 질병 예측을 위해 사람의 개별 특성을 이해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만의 정상 상태를 모델링하고 여러 지표의 변화 방향과 불안정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고자 하는 저희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저희는 심정지를 예측하는 AI 기반 휴대용 스마트 의료기기 심장지킴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심정지 조기 발견 및 부정맥 예방, 심정지 발생에 따른 응급 상황 대응 등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비접촉 방식으로 생체 신호 측정, AI로 심정지 예측 ‘심장지킴이’
IT동아: 심장지킴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창진 대표: 심정지를 예측하려면 심박, 호흡, 심박변이도, 호흡변이도 등의 생체 신호를 확인해야 합니다. 심박과 호흡은 심장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보통 숨을 들이마시면 심장이 빨리 뛰고 내뱉으면 천천히 뛰는데, 심박이 빨라져도 호흡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심박과 호흡을 동시에 측정해야 합니다.
심박변이도는 심박의 변동 폭을 의미하며, 호흡변이도는 들숨과 날숨의 폭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심박변이도와 호흡변이도를 통해 심박과 호흡의 동조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심장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심장지킴이는 심박과 호흡을 비접촉 방식으로 측정하는 하드웨어 의료기기와 이를 기반으로 심박변이도와 호흡변이도를 산출해 심정지를 예측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구성됩니다.
심정지 예측 솔루션 심장지킴이 / 출처=IT동아
저희는 비접촉 방식 측정을 위해 생체 신호 수집용 레이더 센서를 적용했습니다. 레이더는 물체에 부딪힌 후 되돌아오는 성질을 지니는데, 이를 통해 사물 형태, 위치 등을 인식하죠. 심장지킴이는 레이더를 사람의 흉곽을 향해 조사하고 흉곽 위상 변화를 감지해 호흡과 심박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심박변이도, 호흡변이도 데이터를 추출한 후 심정지 위험도를 알려줍니다. 심장지킴이는 비접촉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센서나 장치를 몸에 부착하지 않아도 되며, 24시간 연속 측정이 가능합니다.
비접촉 방식으로 심박과 호흡을 측정하고 심박변이도, 호흡변이도를 추출해 심정지를 예측하는 솔루션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스마트워치나 심전도계의 경우 심박은 측정하지만, 호흡은 측정하지 못합니다. 기존 심정지 예측 솔루션의 경우 의료진이 작성한 EMR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어렵죠. 저희는 이런 한계를 개선했습니다.
참고로 심장지킴이에는 심전도(ECG) 센서도 있습니다. 심정지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죠. 24시간 비접촉으로 심장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다가 심정지 위험 또는 부정맥이 예측되면 심전도 센서를 이용해 보다 정밀하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심장지킴이의 경우 정확도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창진 대표: 공동 개발자인 이상형 교수, 2021년부터 자문으로 합류한 윤치순 국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함께 검증하면서 완성도와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덕분에 지난 7월 한국인정기구(KOLAS)를 통한 심정지 예측 모델 시험 결과 정확도 93% 이상, 재현율 88%, 정밀도 86%의 시험성적서를 받았습니다. 상용화해도 될 정도로 충분히 정확도가 높다고 인정받은 셈이죠.
IT동아: 심장지킴이는 언제 출시 예정인가요?
정창진 대표: 현재 심장지킴이의 주요 기능은 개발 완료했는데, PARIS 알고리즘을 추가로 개발하고 내년에 식약처 2등급 의료기기 인증 획득 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정식 출시는 2026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IT동아: PARIS 알고리즘은 무엇인가요?
정창진 대표: 심정지를 예측할 때 일반적인 고위험군 환자들의 평균 심박수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개인의 고유한 생리적 특성과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심장 박동과 호흡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죠. 즉 심정지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정상 상태를 모델링하고 여러 지표의 변화 방향과 불안정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서 심정지 예측 알고리즘을 개인 맞춤형으로 고도화한 AI 모델인 PARIS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PARIS는 다층 시계열 융합 기반 개인 맞춤형 심정지 위험도 추론 모델(Personalized Arrest Risk via an Interwoven Sequence-model)의 약자입니다.
심장지킴이에 대해 설명하는 정창진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현재 서울창업센터 동작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지원이 있었나요?
정창진 대표: 저희는 지난 2024년 10월 서울창업센터 동작에 입주했는데, 쾌적하고 청결한 업무 환경과 다양한 휴게 공간 덕에 업무 능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SBA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홍보를 위한 브랜드 툰 제작, 기업 보유 특허 가치 평가 등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액셀러레이터, 벤처투자사,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투자 유치, 사업 방향, 투자자와의 계약 관계, 주주 간 계약 관계 등에 대한 조언을 받았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들에 대한 교육이 많아 기업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방 중심 의료 패러다임 전환 목표
IT동아: 마지막으로 사람을이해하다의 향후 계획,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창진 대표: 장기적으로는 비접촉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 예측 범위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우선 비접촉식 혈압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환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혈압 상태를 지속적으로 측정해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입원환자를 위한 활력 징후 자동 측정 의료기기도 개발할 것입니다. 환자의 심박, 호흡, 심박변이도, 호흡변이도,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비접촉 방식으로 실시간 측정해 중증도 관리 효율을 높일 계획입니다. 2026년 하반기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사 설립 후 미국 FDA 승인을 얻고 미국 원격 의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저희의 목표는 사람의 행위와 생활 공간을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의료 패러다임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병원에서 삶의 공간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심정지 등 중증질환 예방을 통해 많은 생명을 구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