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AI 시대, 불확실성 속 경력 선택 전략

1 month ago 6

[비즈니스 인사이트] AI 시대, 불확실성 속 경력 선택 전략

‘인력개발 교육학(Workforce Education and Development)’은 한국에서는 낯선 학문이다. 이 분야는 거시적인 사회경제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산업 현장 요구에 맞는 인력을 효과적으로 훈련하고 배치하는 방안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노동시장에서 특정 직업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날 때 현직자의 재교육과 전직,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설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인사제도의 개편이 주요 연구 주제가 된다. 인력개발 교육학 관점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가 바꿔 놓은 불확실한 미래,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경력을 선택해야 하는가.’

예측 불가능한 직업 흥망성쇠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AI 도입 초기만 해도 누구나 ‘단순·반복적 저숙련 직업이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광고, 디자인, 예술처럼 인간만의 창의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던 고숙련 전문직까지 변화의 파고가 밀려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변화가 곧바로 대규모 실업이나 노동의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거침없어 보이는 기술 혁신이 ‘직업의 반격’을 불러오기도 한다. 노동 대체가 이뤄진 인근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생겨나거나 기술 혁신으로 인한 일시적 고용 감소가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동화·로보틱스·무인화 등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흐름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은 분야부터 선택적으로 진행되며, 그렇지 않은 일은 오랫동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이처럼 기술 혁신이 직업에 미치는 영향은 직선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만 기댄 성급한 예측으로 직업 소멸을 단정하는 것은 부정확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테크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인 피터 틸은 “대학에 가지 말라”고 주장한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는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사례가 흔하며 틸이 투자한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고교 졸업생도 채용한다. 그러나 이는 극소수의 특출난 인재에게만 한정된 조언일 가능성이 크다. 대학은 여전히 학위 수여를 통한 인적 자본 축적,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연구개발의 학문적 토대 제공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 시스템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2010년대 초반 세계 유수 대학들의 강좌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OOC)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이제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용주는 무크가 발급하는 학습 완료 증명서나 디지털 배지 같은 인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대학은 교육 과정의 경직성, 느린 혁신 속도, 산업 수요와의 미스매치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학 소멸의 이유가 아니라 변화의 이유다.

합리적 전공 선택의 역설

대학 입시철에는 요즘 소위 ‘뜨는’ 전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러나 입학 시점의 인기와 커리어 안정성은 별개 문제다. 각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다수가 동일한 판단을 내리면 특정 분야에 인력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 그 결과 의도와 다르게 평생에 걸친 경쟁 심화와 임금 하락이라는 비합리적 결과가 초래된다. 코로나19 이후만 돌아봐도 메타버스 열풍과 개발자 수요 폭증으로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 지원자가 급증했지만, 지금은 AI 확산과 공급 과잉으로 되레 고용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한때 사양산업으로 여겨진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 분야는 최근 채용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현재 공급이 줄어든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졸업할 무렵에는 또 다른 기술 혁신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지도 모를 일이다.

혼돈 뚫을 지름길은 일에 대한 몰입

AI도 그 누구도 미래의 노동시장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불확실성 속에서 경력을 선택하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전공과 경력을 선택하는 것. 어느 분야든 두각을 나타내면 설 자리는 반드시 생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젠가 다시 닥칠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경력 적응 역량을 꾸준히 길러내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하는 빠른 학습 능력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몰입과 헌신이야말로 시계 제로의 AI 시대를 헤쳐 나가는 북극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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