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은 북한군이 정신없이 후퇴하게 함으로써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만약 전국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보복과 원한의 악순환은 아마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원한과 욕망이 결합하면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국난 앞에서 단합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늘 단합했던 건 아니다. 로마에 남아 있는 티투스 개선문은 예루살렘 정복을 기념해서 세운 것이다.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에 의하면 당시 로마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공격할 때 예루살렘 안에서는 열심당, 시온파, 요한파라는 3개의 세력이 대립하고 있었다. 감정적 대립이 아니었다. 성전을 둘러싸고 상대를 학살하는 피의 내전을 벌였다.
상대를 제거하면 우리가 행복해진다는 사고는 인류의 역사에 늘 존재했다. 단지 기준이 부족, 인종, 종교, 계급, 이념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거나 위장되었을 뿐이다. 지금도 지위가 있는 일부 정치인 가운데 ‘국민 일부를 묻어버리면 완전한 민주주의와 행복한 사회가 온다’는 말을 공석에서 하는 이도 있다. 전쟁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오면 인간은 원초적 욕망을 추구하는 야수로 변한다는 건 역사 속에 증거가 차고 넘친다.요즘은 정치인 지식인 방송인을 가리지 않고 증오를 조장한다. 그건 핵을 땅속에 묻는 행위와 같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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