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영포티' 드라마? 김희선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내 얘기 같아" [종합]

'다음 생은 없으니까' 김희선이 현실감 넘치는 40대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소개했다.

배우 김희선은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호텔에서 진행된 TV조선 월화드라마 '다음 생은 없으니까' 제작발표회에서 "이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제 얘기 같았다"며 "저는 '영포티'는 아니고, 40대 끝물인데, 제 나이에 맞게, 제 나이에 맞춰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매일 같은 하루, 육아 전쟁과 쳇바퀴 같은 직장생활에 지쳐가는 마흔하나 세 친구의 더 나은 '완생'을 위한 좌충우돌 코믹 성장기다. '공주의 남자', '조선총잡이', '꽃선비 열애사' 등을 연출한 김정민 감독과 '그린마더스클럽' 신이원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김희선, 한혜진, 진서연은 20년 지기 '절친' 3인방으로 변신해 하이퍼리얼리즘 서사의 맛을 극대화시킨다. 김희선은 과거 촉망받는 쇼호스트였지만 현재는 아들 둘을 키우는 '경단녀' 조나정 역을 맡았다. 한혜진은 무성욕자 남편과 아이를 낳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아트센터 기획실장 구주영 역으로 변신한다. 진서연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잡지사 부편집장 이일리 역으로 출연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내공을 발산해 온 '명품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점도 관심을 모은다. 윤박은 홈쇼핑 PD이자 조나정의 남편 노원빈 역을, 허준석은 세 친구의 연극반 선배이자 도수 치료사 변상규 역을 연기한다. 장인섭은 게임 회사 이사이자 구주영의 남편 오상민 역을 맡아 극의 텐션을 조율한다.

진서연은 "저는 극 중 남자친구가 두 명이다"라며 "중년의 사랑이라고 해서 1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마지막까지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혜진은 "기혼자들이 보기에 다시금 사랑을 깨닫게 되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고 소개했고, 김희선도 "경단녀는 아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6년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보냈다"며 "TV를 볼 때마다 '결혼을 안 했다면 저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나정이도 아이를 키우며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인물인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다"고 했다.

이어 "그걸 하나하나 극복해가는 게 좋고, 지금 일할 수 있는 게 좋다"며 "이런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이 때문에 서로의 소중함을 몰랐다가 일을 하면서 더 끈끈해지는 부부 이야기"라며 "새로운 가족애가 생긴다"고 예고했다.

윤박은 김희선과의 부부 연기에 대해 "로맨스보다는 전우애에 가깝다"며 "로맨스만 사랑이 아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허준석은 "멜로가 처음인데 (진)서연도 처음이라, 저희가 총이랑 칼, 연장 없이 맨몸으로 로맨스를 하려니 너무 어색하다고 했다"며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진서연은 "저도 누굴 죽이지 않고, 제 드라마에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누굴 마주보며 웃는 게 처음 같다"며 "심지어 꽁냥꽁냥하고 굉장히 애교스럽게 나온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희선은 "두 사람이 돌멩이도 들지 않는다"며 "그런 무기 없이 둘이 손을 잡은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거들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허준석은 "제가 일찍 세월의 풍파를 받았는데, '영포티'를 떠나 이제야 제 나이와 얼굴이 매칭되는 것 같다"며 "저는 그냥 '포티포티'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어 "로맨스가 처음이라 관리도 열심히 했다"며 "정변의 아이콘이라는 설정인데, 과거 장면도 찍었다. '과거가 더 나은데?' 하실까 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배우들의 '찰떡' 호흡도 관전 포인트다.

한혜진은 "저희 관계가 정말 좋았다"며 "(김)희선 언니는 호탕하고, (진)서연 언니는 따뜻하다. 저희 모두 성격이 급한데, 제가 옷을 빨리 갈아입기로 유명한데 희선 언니는 더 빠르더라"고 말했다.

김희선은 "저희는 단추 잠그면서 나오는데 허준석 배우는 촬영장 '공주님'이라고 불린다"며 "한땀 한땀 예쁘게 꾸미고 나온다"고 폭로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통해 이 배우들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라며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진서연은 "여배우들 모이면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정말 좋았다"며 "예쁜 사람들은 본인들이 예쁜 걸 알아서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제 얼굴이 좋다"며 "서로 질투하지 않아서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40대 여성들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사회적 성공, 가정의 균형,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갈망까지,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마흔한 살 세 여성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최근 사회에서 40대가 주목받고, '영포티'가 핫키워드가 된 부분에 대해 김희선은 "원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변질됐다"며 "제가 '영포티'를 연기한다기 보다는, 너무 어려 보이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다. 전 제 나이에 맞게 사는 것도 행운이고, 동시에 힘들다. 그래도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한혜진은 "언니를 보며 40대도 괜찮다는 걸 느낀다"며 "젊은 친구들이 언니를 보며 '40대도 괜찮다'고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김희선은 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저는 사내 커플이고, 여기는 골드미스, 여기는 아이를 원하는 부부, 이렇게 세 커플의 스토리가 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은 본인 얘기는 아니지만 예습 같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선은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제 이야기 같았다"며 "저도 딱 6년을 쉬었다. 25년을 일하다 쉬었는데 마음이 허하더라. 나정의 마음이 그때의 저와 비슷해서 와닿았다. 그런 마음을 겪었기 때문에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대본을 읽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타입인데, 이건 한 시간 안에 다 읽었다. 정말 잘 읽혔다"며 "제 마음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이날 오후 10시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월·화요일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