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공간은 배틀그라운드에서 낙하 직전에 탑승하는 비행기 내부 수송선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PUBG 성수(펍지 성수)' 3층. 정현섭 크래프톤 펍지 지식재산권(IP) 프랜차이즈 디렉터가 천장이 기체처럼 동그란 형태에 보급함 상자들이 바닥에 정렬된 공간을 소개했다. 배틀그라운드에서 비행기 내부 수송선은 게임 시작을 알리는 장소다. 비행기에서 낙하하면서 게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낙하를 준비하듯 로비 끝에 있는 2m 철문이 열렸을 때 보이는 건 72개의 고사양 컴퓨터였다. 마치 e스포츠 대회장처럼 즐비해 있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허물고 크래프톤이 준비한 '플레이 아레나', 몰입형 배틀그라운드 체험 공간이었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소재로 한 상설 브랜드 문화공간 펍지 성수를 11일 정식 오픈한다. 국내 게임사 중 상설 IP 체험 공간을 만든 곳은 크래프톤이 유일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일환인 지역 상생을 추구하는 동시에 코어 팬층을 늘리려는 '포석'이다.
보통 게임사들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 행사를 통해 게임 이용자를 만나왔다. 하지만 펍지 성수는 전시와 체험 공간이 중심인 A동과 카페 중심의 휴식 공간으로 형성된 B동으로 나뉘어 있다. 각 동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됐다.
정 디렉터는 펍지 성수의 메인 공간으로 A동 두 곳을 꼽았다. 크래프톤뿐만 아니라 지역행사를 펼칠 수 있는 '서바이벌 홀'과 게임 팬들을 위한 커뮤니티 모임과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플레이 아레나'였다.
특히 플레이 아레나는 8년간 배틀그라운드 IP를 지지해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장소로 꾸며졌다. A동 전체가 플레이 아레나를 위한 장소라고 해도 무방했다. A동 전체에 방송 시스템이 연결돼 있어 3층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를 2층 '부트 캠프'에서 스트리머들이 중계하고 1층 '서바이벌 홀'에서 팬들이 실시간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것. 정 디렉터는 "향후 이 장소에서 '펍지 성수 시리즈(PSS)'라는 정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효자 IP인 배틀그라운드의 코어 팬층을 꽉 붙잡을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배틀그라운드 동시접속자는 최대 134만7327명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7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1.8%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4% 증가해 1조1825억원을 올렸다.
팬들뿐만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을 위한 행사도 주기적으로 연다. 1층 서바이벌 홀에선 10월 인디 음악 레이블 축제인 '서울 레코드 페어'와 성수동 지역 문화 축제인 '아트 성수'가 열릴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지역 상생을 위해 대관 사업이 아닌 후원 형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2층에 위치한 '부트캠프'는 강의·학습이 가능한 공간으로 지역 청소년을 위한 △DIY 워크샵, △스케이트보드 클래스, △DJ 클래스 등 문화예술 관련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 무료로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전시, 한정판 굿즈 출시 등을 시도한다.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 글로벌 게이밍 브랜드 '펄사'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식 굿즈굡도 마련했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굿즈만 판매해 왔다. 자체 굿즈를 판매하는 것은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역 소상공인과 함께해 만든 굿즈를 앞세워 '지역 상생'을 실현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정 디렉터는 "팬들이 지속해서 굿즈를 원했다"며 "상설 공간을 통해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켜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펍지 성수는 단순한 브랜드 체험 공간을 넘어, 팬과 브랜드, 그리고 도시가 연결되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라며 "게임 IP의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고 유저가 주체가 되어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