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무죄라는 이름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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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의 개똥法학] 무죄라는 이름의 오해

무죄는 유죄의 반대말일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무죄는 ‘1. 아무 잘못이나 죄가 없음, 2. 피고 사건이 법률상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음’이다. 1번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죄가 없다’는 의미지만, 2번은 ‘범죄가 증명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사람들은 ‘피고인의 결백이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무죄판결은 피고인이 결백하다는 의미보다 ‘유죄를 인정할 만큼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인 경우가 훨씬 많다.

강의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지갑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 절도로 기소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피고인은 지갑을 가져간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도 있지만, 자기 지갑으로 착각했다거나 분실물로 신고하려고 가지고 나왔는데 신고가 늦어졌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지갑을 가져간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밝혀져 무죄가 되는 사례보다 피고인이 가져간 건 맞는 것 같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거나,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325조는 ‘피고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피고인에게 유죄 의심이 가더라도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결국 형사재판에서의 무죄는 ‘결백하다’는 의미라기보다 ‘유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유죄판결을 위해 요구되는 증명 기준을 높게 설정하면 무고한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은 낮아지지만, 진범이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증명 기준을 낮추면 진범이 무죄로 판결받을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무고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을 위험은 높아진다. 결국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는 격언은 이런 선택을 보여준다. 설령 일부 진범이 처벌을 피하더라도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형사재판은 ‘나쁜 사람’을 처벌하는 절차가 아니라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했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된 피고인을 처벌하는 절차다.

최근 소위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무죄란 결국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무죄판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 자체만으로 재판부를 비난하는 것은 형사재판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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