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또다시 바다로 들어가거늘, 태양 실은 수레를 끈다는 육룡이 어디에 머문단 말인가? (중략)
그 누가 사계의 운행을 채찍질하고 독려할까? 만물의 흥망성쇠는 전적으로 자연에서 기인하는 법이라네.
희화(羲和), 희화여! 태양 싣고 육룡 수레를 이끌던 당신은 왜 끝없이 아득한 파도 속으로 매몰되었소?노양공(魯陽公), 당신은 또 무슨 능력이 있다고 창을 휘둘러 태양을 멈추게 한단 말이오?
이런 게 다 하늘의 도리를 거스르는 짓, 실로 황당하기 그지없다네.
이 몸은 장차 천지를 포용하고 자연의 기운과 하나로 융합될 것이라네.(日出東方隈, 似從地底來. 歷天又復入海, 六龍所舍安在哉. (…) 誰揮鞭策驅四運, 萬物興歇皆自然.羲和羲和, 汝奚汨沒於荒淫之波. 魯陽何德, 駐景揮戈. 逆道違天, 矯誣實多. 吾將囊括大塊, 浩然與溟涬同科.)
―‘일출 일몰의 노래(일출입행·日出入行)’ 이백(李白·701∼762)
기발하고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었던 이백. 이번에는 전설 속 사례를 부정하면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태도를 내비친다. 태양의 움직임, 만물의 흥망성쇠는 결코 초자연적인 어떤 신적인 존재가 주재하는 게 아니다. 자연 고유의 원리와 법칙을 따를 뿐이다. 그러니 희화와 노양공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 태양의 운행을 좌지우지했다는 전설은 자연의 이치에 반하는 기만적 주장이다. ‘천지를 포용하고 자연의 기운과 하나로 융합될 것’이라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변, 도가 사상에 심취했던 시인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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