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국가 한국, CPTPP 문턱을 넘을 때[기고/권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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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훈 산업연구원장 한국은 제조업 수출로 성장해 온 무역국가다. 세계화의 기회를 성장으로 연결했고, 60개국과 23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시장을 넓혀 왔다. 하지만 개방을 뒷받침하던 질서는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을 뿐 미국의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 확산은 우리 수출과 산업에 구조적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조차 현행 조건대로 연장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물론이고 북미에 진출한 각국 기업도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이에 맞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중견국 연대를 제안했다. 다자무역 체제의 복원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사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중규모 경제연합이다. 유럽연합(EU)은 25년을 끌어온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협정을 올 5월부터 잠정 적용하고 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도 무역투자 대화를 열어 두 블록을 잇기 시작했다. 통상규범을 만드는 테이블이 이들 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 CPTPP 밖에 머무는 비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CPTPP 회원국인 멕시코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하며 올해부터 FTA 미체결국의 자동차 부품, 철강 등 1463개 전략품목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 등 멕시코와 FTA를 맺은 나라의 기업은 이를 피하지만 우리 기업은 고스란히 떠안는다. 우리가 CPTPP 회원국이었다면 상당 부분 덜 수 있었던 부담이다. 양자 협정 논의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공동연구 합의에 그쳤다. CPTPP 12개 회원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상품교역에서의 비중도 25%로 중국이나 미국보다 크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잠정 분석에 따르면 가입 시 실질 GDP는 발효 10년 후 미가입 때보다 0.38%포인트 높아진다. 제조업 생산파급효과는 15년간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회원국 대부분과 이미 FTA를 맺어 추가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CPTPP의 더 큰 가치는 관세 너머에 있다. 회원국 전체를 하나의 원산지 지역으로 묶는 누적 규정은 역내 가치사슬의 활용 폭을 넓히고, 전자상거래·국영기업 등에 관한 규범은 새 통상질서의 기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신규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되므로,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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