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보다 소중한 일상[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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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대박!”―켄트 존스 ‘나의 사적인 예술가’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최근 개봉한 ‘나의 사적인 예술가’의 원제는 ‘Late Fame(때늦은 명성)’이다. 바로 그 때늦은 명성을 갖게 된 이는 젊은 시절 시집 한 권을 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현재는 우체국 직원으로 살고 있는 70대 에드(윌럼 더포 분)다. 어느 날 젊은 사내가 찾아와 에드의 시를 추앙한다며 그를 젊은 예술가 모임에 초대한다. 처음엔 내키지 않아 하지만 모임에 나가면서 에드는 자신을 ‘재발견된 천재’로 조명하는 그들 속에서 때늦은 명성의 달콤함에 빠진다. 명성은 예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겨지는 현 세태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열정 모임’은 인플루언서 같은 이들을 소시오패스처럼 여기지만, 그들 역시 명성을 좇기는 마찬가지다. 에드를 진정한 시인이라 찬양하는 것 역시, 그 시를 제대로 이해해서가 아니라 옛 시인의 아우라에 기대 자신들도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니 말이다. 모임에서 유일하게 진짜 예술가의 삶을 추구하는 글로리아(그레타 리 분)는 만만찮은 현실 속에서 예술을 통해서만 진짜 자신을 찾는 인물이다. 에드는 동료 예술가로서, 또 이성으로서 그녀에게 빠져들고, 자신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과 점점 소원해진다. 하지만 그는 낭독회에서 자신을 향해 한 여성이 “할아버지 대박!”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뒤늦게 찾아온 명성의 달콤함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찬사를 담은 외침이지만 한없이 가벼운 모임의 실체와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결국 에드는 그 모임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이 있는 친구들 속으로 돌아온다. 명성이 예술이 되는 현재를 꼬집으면서 명성보다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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