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레이 일곱 시간 만에 할 게 없어졌다.’ ‘배틀그라운드와 비교하면 처참하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인조이’를 체험한 사용자들의 평가다.
크래프톤의 야심작 인조이가 출시 두 달 만에 동시접속자 1000명 선이 무너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시뮬레이션 게임의 핵심인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작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9일 스팀DB에 따르면 이날 인조이의 게임 내 동시접속자는 930명으로 집계됐다. 크래프톤이 지난 3월 말 얼리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한 직후 기록한 8만7377명에서 불과 두 달 새 10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배틀그라운드가 2017년 출시 후 최다 동시접속자 325만 명을 기록하고 올해도 130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예상을 밑도는 성적이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심즈’나 ‘세컨드라이프’처럼 자신만의 아바타로 일상을 꾸려나가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게임업계에선 반복적인 게임 구조와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대화·행동 시스템이 맞물려 유저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대를 모은 5월 정기 업데이트마저 완성도 문제로 6월로 연기되면서 유저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인조이의 부진은 크래프톤이 오랜 기간 안고 온 ‘원 지식재산권(IP)’ 리스크를 재확인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에서 75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배틀로열’이라는 장르 자체를 대중화했고,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후 내놓은 신작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2022년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기대와 달리 흥행과 평단 모두에서 혹평받았고, 같은 해 선보인 ‘문브레이커’도 유저 이탈이 빠르게 진행돼 조기 정비에 들어갔다. 이번 인조이까지 부진이 이어지면서 ‘포스트 배틀그라운드’ 프로젝트가 연이어 실패한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인터랙티브 콘텐츠, 버추얼 휴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게임 그 이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인조이가 아직 얼리액세스 단계인 만큼 흥행 실패로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유저 피드백을 수렴하며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싱글 플레이 게임은 실시간 접속자 수보다 누적 플레이와 유저 경험이 더 중요한 장르”라며 “주요 업데이트가 적용되는 시점마다 추가되는 패키지 판매 실적이 중요한 성과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