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부산病

1 week ago 17

매년 가을이면 부산에 내려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던 영화 담당 시절의 이야기다. 낮에는 남포동의 어두컴컴한 상영관에 있었지만, 밤이 되면 달맞이 고개로 달려갔다. 달빛 흘러넘치는 미포와 청사포는 그 자체로 거대한 선술집이었다. 하늘에도, 바다에도, 소주잔 안에도 달이 있었다. 영화 담당을 마친 뒤에도 가을이 되면 마음이 들썩였다. 부산병(病)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만난 부산 친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청년들은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고, 도시에는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자조가 팽배했다. 실제로 부산은 대한민국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어두운 그늘이 도시를 짓누르던 시절이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