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선발과 불펜 오가며 10경기 평균자책점 1.35 호투
후반기 불펜 필승조로 이동…"팀에 보탬 되는 투수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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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대호]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구가 되니까 자신감도 붙었죠."
롯데 자이언츠 왼팔 투수 홍민기(23)가 스스로 진단한 전반기 활약의 비결이다.
그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볼넷이 줄고, 빠르게 대결한 게 만족스럽다"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고, 그걸 운 좋게 잡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홍민기는 최고 시속 156㎞ 강속구와 함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1.35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20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5개, 삼진은 26개를 잡을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전반기 막판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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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홍민기가 8회에 투구하고 있다. 2025.7.6 iso64@yna.co.kr
8일 두산전에서는 선발로 나서서 5이닝 3피안타 1실점 7탈삼진으로 호투했다.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내용 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는 "체력적으로는 더 던질 수 있었지만, 시즌 내내 선발로 준비한 건 아니라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교체됐다"며 "경기 자체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선발 등판 소식은 경기 이틀 전 광주 원정서 돌아오던 중 들었다고 한다.
"솔직히 당황했다. 모두가 김진욱이 선발인 줄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웃은 그는 "그래도 던질 수밖에 없었고, 준비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홍민기의 무기는 직구와 슬라이더 단 두 가지 구종이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두 형태로 구사한다. "한 가지는 느리고 각이 크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커터처럼 던진다"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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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진을 많이 잡는 비결에 대해서는 "슬라이더가 생각보다 각이 커서 타자들이 속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스트라이크 존 공략을 많이 하라는 코치님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슬라이더에 대해 "10개 중 7개는 스트라이크로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제구에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슬라이더 외에 제3의 구종도 고민 중이다.
홍민기는 "불펜이라면 급하게 늘릴 생각은 없지만, 선발 기회가 오면 슬라이더나 커브처럼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휘는 구종을 연습 중"이라고 공개했다.
후반기에는 불펜 보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홍민기가 필승조로 들어가면, 우리는 (홍민기와 정철원, 최준용, 김원중의) 확실한 선수를 4명 가지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민기는 "선발이든 중계든 감독님이 내보내 주시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필승조 형들과 함께 팀을 위해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분한 성격도 그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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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민기는 "어릴 때부터 포커페이스가 중요하다고 배웠다"며 "지나친 세리머니는 자제하지만, 중요한 경기나 가을야구에서는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화려한 세리머니가 돋보이는 팀 선배 정철원을 두고 "철원이 형은 퍼포먼스를 강조하는데, 팀 분위기를 살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비약적인 기량 성장은 일본 전지훈련의 결과다.
그는 "일본에서 신체에 센서를 부착해 최상위 투수들과 비교한 데이터를 토대로 훈련했다"며 "그 경험이 제구력과 구속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팀 동료인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와 터커 데이비슨에게도 배운다.
홍민기는 "신체 구조 자체가 달라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배울 수 있는 건 흡수하려 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도 보였다.
홍민기는 최근 팬들의 응원과 관심도 실감하고 있다.
그는 "그런 관심이 욕심을 더 자극하는 것 같다"며 "불펜이든 선발이든, 주어진 자리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0일 07시26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