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이근]한국의 위상과 책임 확인시킨 李대통령의 외교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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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강대국 클럽서 ‘민주 한국’ 복귀 알려
한국은 공급망 등 국제현안의 주요 파트너
다자회의는 이를 자각하게 할 학습의 기회
글로벌 강국으로서 외교 관점 확장 필요해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은 잘한 일이었다. 15∼17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정상회의는 G7 창설 50주년을 맞는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는 정식 회원국인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 외 별도로 초청된 한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호주, 우크라이나 정상 그리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참여국만을 보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끌고 있는 선진 강국 정상들이 망라됐고, 이들 중 한국 정상이 끼어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현 위치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와 중국이 빠지긴 했지만 선진 민주주의 산업국가의 모임이라는 G7의 성격에서 볼 때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인식되는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진 강대국 클럽에 계엄 사태 6개월 만에 민주주의를 회복한 한국의 복귀를 알린 것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과거사 문제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일본과 한국의 진보정부 대통령이 미래와 협력을 이야기한 것 역시 이번 정부가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정부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을 수 있는 첫 발판이었다.

언론과 정치권은 우리 대통령이 누구와 양자회담을 얼마나 했는지, 제대로 대접은 받았는지 등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의전과 자존심만 따지면 보지 못하는 게 있다. G7 정상회의의 본질은 글로벌 현안을 논하는 강대국 다자회의라는 것에 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귀국으로 인해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됐다고 하더라도 강대국 정상들과 함께한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서 한국 정상이 어떤 이슈에 관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글로벌한 가치와 위상을 잘 보여주는 이슈인 에너지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생태계에 관한 의견과 비전을 피력했다. 또 에너지 안보 달성과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세계 경제 성장과 번영의 관건이라면서 이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이 왜 G7 정상회의에 와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를 잘 짚은 것이다.

일이 벌어지는 현장과 여기에서 익히게 되는 현장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대통령은 학습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정치인이 그러하듯 외교 경험이 충분치 않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머물기 쉬운 시야를 확장하는 데 있어 이 대통령이 이 정도의 다자외교 무대를 첫 현장으로 경험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외교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강대국 정상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 간의 친분 관계는 어떠한지, 밖에 나가면 한국의 위상은 어떤 수준인지, 글로벌 이슈는 어떤 것이 중요하고 또 어떤 것이 후순위로 밀리는지. 다자회의와 양자 간 회담은 어떻게 다른지, 회의의 전후 준비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단시간 내에 상당한 학습을 할 수 있는 현장이 G7이다. 이 대통령이 24, 25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도 연이어 참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참석하기로 한다면 이 또한 좋은 결정이다.

한국은 누가 뭐래도 글로벌 강국이다. 촘촘히 연결된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 공급망, 에너지 안보, AI의 미래, 기술과 혁신, 기후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등 국제질서 관리의 핵심 주체로 부상했다. G7 정상회의를 정리하는 ‘의장 성명(Chair’s Summary)’에도 규범 기반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중국의 시장 왜곡 및 과잉 생산 그리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현상변경 기도,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가상화폐 해킹 문제, 기후변화와 환경, 에너지 안보, 핵심 광물 공급망 등의 글로벌 문제들이 조목조목 거론됐다. 이 모든 문제에서 한국은 없어서는 안 될 글로벌 파트너임을 이미 전 세계가 인식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제대로 인식해 글로벌 조감도를 가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지고, 또 언론과 정치권은 정부의 외교를 평가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을 만났는지, 일본 총리와 당당하게 대화를 했는지, 또 북한 문제가 다뤄졌는지 등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글로벌 강국이자 파트너로서 우리의 입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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