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바이오 강국의 선결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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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이오 강국의 선결조건

우리나라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셀트리온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램시마’가 지난해 매출 1조2680억원을 기록하면서다. 세계적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150여 개에 불과하다.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의약품 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약을 고가에 독점 공급하던 시장 구도를 깼기 때문이다. 효능은 오리지널과 똑같으면서도 값싼 램시마 열풍은 아직도 거세다. 현재 오리지널 약을 제치고 유럽에서 시장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의료 재정 부담은 물론 환자 부담까지 낮췄다고 호평받고 있다.

램시마 숨은 주역은 식약처

램시마의 성공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사기꾼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외길을 걸었다. 그리고 바이오시밀러라는 신시장을 개척해냈다.

또 다른 숨은 주역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셀트리온이 2006년 램시마 약물을 처음 개발하고 7년 만인 2012년 판매 승인을 받기까지 식약처 도움이 컸다. 식약처는 생명공학, 약학 등의 전문가를 총동원해 생물학적 동등성 같은 심사 가이드라인, 제조 기준 등을 만들어 램시마 개발을 측면 지원했다. 만약 식약처가 미국, 유럽 등에서 허가해준 적 없는 약이라는 핑계로 바이오시밀러 허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램시마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랬던 식약처가 요즘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제약·바이오업계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선 속도가 경쟁력인데 의약품 허가·심사가 하세월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 800만원이던 신약 심사 수수료를 4억10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면서 제도와 인프라 개선을 통해 420일 걸리던 허가 기간을 295일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심사 인력 늘려 경쟁력 키워야

식약처가 결국 꺼내 든 카드는 심사 인력 대폭 확충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300명의 심사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369명인 심사 인력을 두 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심사 1건에 인력 3~5명이 투입돼 아파트 9층 높이인 28만4000장의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선 심사 속도와 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 인력은 9000명 안팎이다. 일본도 우리의 두 배를 넘는다. FDA가 신약 개발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컨설팅까지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을 갖추고 있어서다.

현장에선 오 처장의 심사 인력 확대 요청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발 더 나아가 고액 연봉 체계를 따로 마련해서라도 유능한 인재가 식약처로 몰리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식약처의 규제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한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이 되는 첩경이라는 인식에서다.

한국은 아직도 글로벌 신약산업에서 변방 신세다.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면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 식약처 업그레이드 작업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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