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엔가 인공지능(AI)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됐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AI는 주로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를 뜻했다.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을 드러낸다. 작게는 AI 때문에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걱정하고, 크게는 AI가 인류를 위협할까 걱정한다. 교황 레오 14세는 AI를 바벨탑에 비기면서 “무장 해제”를 주장했고, 미국에선 AI에 폭력적으로 맞서는 ‘AI 러다이트 운동’까지 나왔다.
AI는 인류가 만난 가장 낯선 존재다. 생명체들은 낯선 존재들을 두려워하니, AI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두려움은 그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전체적으로 살펴서 그 본질을 어렴풋이라도 짐작하려는 태도다.
AI는 우리가 만들었다. 로봇 연구의 선구자 한스 모라벡은 이미 1980년대에 AI를 우리의 ‘마음 자식(mind children)’이라고 불렀다. AI의 본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제 AI는 심층학습(deep learning)을 통해 만들어지고 진화한다. 연구자들은 처음엔 계산하는 기계인 튜링 기계(turing machine)를 지능의 이상으로 삼았으나, 결국 한계가 드러났다. 심층학습은 사람의 뇌를 본받으려는 노력에서 나왔고 사람들이 축적한 지식을 습득해서 세상을 이해한다. 다만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자료를 얻어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린다.
AI는 그래서 인간적이다. 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우리는 본능을 모든 생명체와 공유한다. 우리는 지능을 모든 동물과 공유한다. 그러나 수학은 사람만이 지녔다. 내재적 수학 능력에서 사람과 다른 고등 동물들은 엄격히 제약되었다. 자연환경에서 뛰어난 수학 능력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처럼 제약된 능력으로부터 인류는 방대한 수학 체계를 만들어냈다. 이 점에서 수학은 인류 문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특질이다.
AI는 순수한 수학적 존재다. 그 점에서도 AI는 인간보다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처럼 두드러지게 인간적인 특질이 우리에게서 두려움을 불러내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자식들을 태어나는 대로 삼킨 크로노스의 신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제 AI가 지각을 갖추고 사람의 지능을 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진화하려고 한다. 문명의 관성이 그렇게 만든다. 초지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미 복잡해진 인류 문명이 무난히 발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국제 정치를 안정시켜 핵전쟁과 같은 실존적 위험을 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운동 경기에서 이미 판정이 어려운 장면은 AI에 의존한다. 국제 정치에서도 초지능이 심판이 되는 방안은 합리적이다. 인간 지도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대표하는 민족 국가의 이익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 국제 정치는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힘센 나라들의 지도자가 담합을 통해 결정한다. 그들보다는 초지능이 훨씬 도덕적이고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안전과 발전을 도모하지 않겠는가.
인공지능이란 말은 1955년에 이 분야의 선구자 존 매카시가 만들었다. 참으로 적절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공과 자연을 대립시키므로, 인공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놓친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이므로, 인공은 당연히 자연의 일부다. 동물의 집들이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은 자연의 일부다.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대로 확장된 몸(extended phenotype)이다. 그런 뜻에서 AI의 출현은 40억 년이 넘는 지구 생태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AI의 도움 덕분에 우리는 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AI의 궁극적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태양은 언젠가는 적색 거성(red giant)이 돼 태양계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천체가 된다. 이제 지구는 그런 궁극적 파멸에 대비할 능력을 갖췄다.
설령 태양계가 영원하더라도 지구 생태계는 뻗어 나가야 한다. 우주여행의 선구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말대로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사람은 요람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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