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검찰청 폐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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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검찰청 폐지 그 이후

지난달 26일 검찰청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검찰은 7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6년 10월 2일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검사라는 직명은 유지되지만 조직으로서 검찰은 존재하지 않게 되고, 그 기능은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나눠 수행한다. 많은 전문가가 위헌 소지와 실무상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였음에도 검찰청 폐지를 강행한 이상 부작용 최소화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첫째, 공소청 권한과 기능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 전건송치의 인정 여부가 핵심이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당장 구속사건에서 문제가 된다. 검찰 구속기간은 최장 20일이다. 유죄 입증을 위한 집중적 수사가 이 기간 이루어진다. 만약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공소청 검사의 구속기간은 무의미하게 된다. 그렇다고 검사 구속기간을 폐지하면 10일간의 경찰 구속기간만 남는데 선진 외국에 사례가 없고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된다. 대표적인 일제 잔재라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수사기관에 대해 아무런 구속력이 없고 그 때문에 수사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전건송치는 범죄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송치함으로써 수사의 적정성과 위법 여부를 공소청 검사가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행안부 소속 수사기관 권한이 비대해지는 만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와 인권 보호를 위해 전건송치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수사 관할의 전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예외로 하더라도 경찰과 중수청의 경쟁적 수사로 관할 경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수청의 ‘중대범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문제다. 국가수사본부,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단, 중수청은 모두 비중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데 수사 대상이 겹칠 경우 대등한 수사기관 간 관할 조정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국무총리 산하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방안은 집권 정치권력의 직접 수사 개입을 허용함에 따라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행안부 장관에게 수사 관할 조정 권한을 부여하면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을 배제하고 있는 현행 경찰법을 개정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관할 쇼핑’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도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단 수사는 지방검찰청 본청으로 전부 송치하지 않고 검사가 2~3명에 불과한 지청으로 송치하기도 한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자칫 부패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셋째, 고소·고발 사건의 효과적 불복 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모든 고소·고발 사건은 전부 검찰에 송치되었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소인과 고발인은 고검 항고, 대검 재항고 또는 고등법원 재정신청을 통해 불복할 수 있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범죄 피해자의 권리가 대폭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더불어민주당의 공소청 설치 법안은 고검 폐지 후 고등공소청 설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항고 절차가 폐지 또는 형해화될 수밖에 없어 범죄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불기소 사건에 대한 항고, 재항고 및 재정신청 절차 보완이 필요하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신속하고 범죄 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제도는 핵심적인 국가 인프라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검찰 개혁의 대의에도 불구하고 각론과 실무는 다른 문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수처의 대실패가 보여준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검찰 해체 이후 과연 정상적으로 형사사법제도가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은 만큼 남은 1년 동안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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