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속 경의[이준식의 한시 한 수]〈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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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과산 머리에서 두보를 만났더니,한낮의 해 아래 삿갓을 쓰고 있었네.묻노니, 헤어진 뒤 어찌 이리 수척해졌는가.아마 지난날 시 짓느라 몹시 애쓴 탓이리라.(飯顆山頭逢杜甫, 頂戴笠子日卓午. 借問別來太瘦生, 總爲從前作詩苦.)―‘두보에게 장난삼아 주다(희증두보·戱贈杜甫)’ 이백(李白·701∼762)시인에게도 잔소리하는 친구는 필요하다. 다만 이백의 잔소리는 단순한 안부가 아니었다. 반과산에서 다시 만난 두보는 한낮의 볕 아래 삿갓을 쓰고 있었다. 몰골은 꽤 야위어 보였다. 이백은 왜 그렇게 야위었느냐고 묻고는, 아마 시 짓느라 너무 애쓴 탓이리라며 웃는다. 이 시를 두고 예전에는 이백이 두보를 조롱한 것이라 보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이백이, 시 창작에 고심하는 두보의 신중한 태도를 비웃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읽기에는 웃음의 결이 너무 따뜻하다. 이백의 시가 술기운처럼 솟구친다면, 두보의 시는 오래 다진 쇠붙이처럼 무겁고 단단하다. 두 사람의 방식은 달랐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백은 두보의 고심을 알아보았다. 두보가 괜히 야윈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시 속에 담아내려 했기 때문임을 알았다. 그러니 ‘시 짓느라 말랐다’는 농담에는 걱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두보 시의 무게와 깊이에 대한 찬탄도 숨어 있다. 후배의 몸을 염려하면서, 그 시가 얼마나 무겁게 태어나는지 인정한 말이다. 이 시는 일견 농담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경의가 담겨 있다. 천년이 지나도 이 농담이 밉지 않은 까닭은, 그 웃음 속에 두보의 시를 알아본 눈과 그 사람을 아낀 마음이 아직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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