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한·일전에서 2년 연속 일본이 웃었다. 14일 신한동해오픈(우승상금 2억7000만원·총상금 1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히가 가즈키(일본)가 우승을 거머쥐면서다. 158㎝인 히가는 2022년에 이어 3년 만에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프로 통산 8승 중 2승을 이 대회에서 거뒀다.
◇세계 유일 3개 투어 공동 주관 대회
히가는 이날 인천 잭니클라우스G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캐다나 동포 이태훈, 아시안투어 랭킹 1위 스콧 빈센트(모두 17언더파 271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로 41회를 맞은 신한동해오픈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아시안투어, 일본프로골프(JGTO)투어가 공동 주관한다. 전 세계 남녀 프로골프투어 중 3개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는 신한동해오픈이 유일하다. 그 덕분에 우승자 특전도 풍성하다. 우승 상금은 2억7000만원이며 3개 투어 시드는 어느 대회에서도 얻을 수 없는 기회다. KPGA투어 선수에게는 일본과 아시안투어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해외 선수에게는 한국 대회를 찾을 기회가 된다. 매해 한국, 일본, 아시안투어 스타들이 몰리는 이유다.
신한금융그룹은 오랜 역사와 권위에 걸맞게 대회 환경도 크게 개선했다. 총상금을 15억원으로 증액하고, 대회 코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토너먼트 코스인 잭니클라우스GC로 옮겼다.
최근 4년간 신한동해오픈은 한국 선수와 일본 선수가 번갈아가며 우승했다. 서요섭(2021년), 히가(2022년), 고군택(2023년), 히라타 겐세이(2024년) 순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골프 자존심 대결에 팬들도 열띤 호응을 보냈다. 이날 하루 잭니클라우스GC에는 1만6500명이 몰려 한·일전을 직관했다.
◇158㎝ 단신의 장타자 히가, 대회 2승
2022년 이 대회 우승자인 히가는 키 158㎝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72m의 장타를 터트려 국내 골프팬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현역 일본 투어 선수 중 최단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 때는 72홀 경기에서 버디 23개를 뽑아내고 보기를 단 5개로 막아내며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4타 차 선두로 여유 있게 최종 라운드에 나선 히가는 전반에만 버디 5개를 잡아내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어주지 않았다. 후반 들어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13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하는 사이 이태훈이 1타 차까지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태훈이 티샷을 물에 빠뜨려 역전 기회를 놓쳤고, 히가가 파로 타수를 지켜내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22년 우승으로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 시드를 모두 받은 히가는 이번 우승으로 같은 자격을 2년 더 받게 됐다.
한국 선수 중에선 내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재입성을 예약한 김성현이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 6위로 유일한 한국인 톱10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김성현은 이날 8타를 줄이며 순위를 19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를 끝낸 뒤 프랑스로 떠나 다시 유럽 원정에 나서는 김민규가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이상희, 사돔 깨우깐자나(태국) 등과 함께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인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