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원 가수·‘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저자 단정해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 하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0과 1로 명확히 나누어지는(그리고 그 안에 정답이 있는) 디지털의 세계와는 다르게, 현상은 항상 그 중간 어디에 있는지라 단정해서 말하다 보면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것들이 생긴다. 효과적으로 말하려면 문장을 단순하게 만들라고 하던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리저리 말을 더 얹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맞는지 아닌지만 답하라는 의원의 요구가 이해가 되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럼 맞다 틀리다 두 가지가 아닌, 조금 여유 있게 5단계 정도의 척도로 말할 수 있다면 달라질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숫자로 정리하면 세상을 보는 기준이 납작해지는 기분이다. 신인 밴드의 경연대회에 심사를 보면서 채점표 앞에서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좋았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해야 했는데, ‘좋아요’ ‘모르겠어요’ ‘아쉽네요’ 이상의 느낌을 숫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숫자로 환산된 결과를 받아보면 가장 마음이 갔던 대상이 점수 순서로는 조금 뒤로 밀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완벽한 방법이 없다고 해도,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필요하다. 그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지 매번 확신하기 어렵더라도 괜찮은 채점표를 가지고 있으면 조금은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경우에 완벽하게 대처하는 매뉴얼 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명확하고 간결한 명제 하나둘이 그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로 그의 인격을 미루어 짐작한다거나 하는. 김사월의 노래 ‘확률’의 가사는 연인이라는 대상에 하나의 크고 선명한 선을 긋는다. ‘나의 여생을 함께할 수 있는 확률이 있는 그런 사람’은 잠시 마음이 흔들려 가까워진 사이부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을 사이까지를 포괄하는 명쾌하고 간결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도 여생을 반드시 함께할 것이라는 명제를 달성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볍게 시작된 만남도 마지막까지 함께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그런 가능성이 이 관계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하는 의문에 이 문장을 슬쩍 밀어 넣는다. 우선 ‘나와 여생을 함께할 확률이 없는...
나와 여생을 함께할 확률[윤덕원의 가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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