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 추석 연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스마트워치의 수면 점수가 60점 미만일 정도로 잠도 설쳤다. 송편, 그중에서도 콩송편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미움을 넘어 천대까지 받는 걸까? 매년 추석이면 인터넷에서 콩송편 혐오론이 고개를 든다. ‘콩송편 극혐’, ‘무슨 맛으로 먹는 거죠?’ 같은 글이 올라오고 설전이 벌어진다. 떡 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콩송편을 찾기 어렵다. 파는 곳도 드물고 그나마 있는 것조차 영 성에 차지 않는다. 대세인 깨송편은 정석대로 납작하게 펼친 반죽에 소를 넣고 모양을 예쁘게 잡아 빚는다. 반면 시중의 콩송편은 콩을 반죽과 한꺼번에 섞어 뭉친 탓에 알갱이가 겉으로 다 드러나기 일쑤다. 모양조차 제대로 내지 않은 못생긴 것들투성이다. 인터넷이라면 다를까 싶어 간신히 찾아 주문해 봤지만, 사진보다 못생긴 데다 맛도 없었다. 콩송편이 정녕 만인에게 미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나쁜 음식인가?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콩송편이 그렇게 싫은가요?’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해봤다. 24시간 동안 276명이 응답했는데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다. ‘콩송편이 좋다’가 17.0%(47명), ‘별생각 없다. 있으면 먹는다’가 28.3%(78명)로 합치면 45.3%였다. ‘콩송편이 싫다’는 응답이 54.7%(151명)로 과반을 넘기긴 했지만, 추석마다 들끓는 분위기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콩송편은 많은 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처럼 느껴지는 걸까. 원래 불호 의견은 호감보다 적극적으로 표출되기 마련인 데다 콩송편을 싫어하는 경향은 해를 거듭하며 일종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싫어서라기보다 재미 삼아 놀리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콩밥을 싫어했으나 급식이나 집에서 억지로 먹었던 이들이 원한을 콩송편에까지 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 갈래로 콩송편의 억울함을 곱씹던 중 뜻밖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 시내 백화점 내 떡집에서 송편을 조금 샀다. 얼마 남지 않은 깨송편을 집어 들며 “콩송편은 다 나갔나요?”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아예 안 만들어요. 힘들어서 그래요.” 듣고 보니 그럴 법했다. 깨송편은 깨와 설탕을 섞은 소를 숟가락으로 일정량 떠 넣으면 된다. 반면 콩은 알갱이가 굵어 같은 방식으로 빚으려면 떠 담기도, 양을 적당히 맞추기도 어렵다. 추석 콩송편에 쓰는 햇풋콩은 깍지에서 일일이...
깨송편에 자취 감춘 콩송편… 다음 추석엔 떡집서 보고싶다[이용재의 식사의 窓]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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