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 오브 런던' 시즌3 한국인 첫 연출…"차기작? 美영화, 韓드라마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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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3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9개월 동안 런던에 머물렀는데, 진짜 관광은 일절 하지 않고 일만 했어요. 저 때문에 한국 감독이 일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되잖아요. 한국 영화계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촬영했죠."
영국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의 시즌3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메가폰을 잡은 '갱스 오브 런던'은 지금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시리즈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지상파 방송사 스카이에서 방영됐고, 2020년 첫선을 보였을 당시 공개 7일 만에 시청 수 223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감독은 "그간 영국 드라마라고 하면 '셜록'처럼 추리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많았는데, 갑자기 피 튀기는 잔혹한 액션이 나오니 이슈가 됐다"며 "저 역시 이 시리즈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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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모자들', '반드시 잡는다', '늑대사냥' 등을 만든 김 감독은 잔인하면서도 눈을 사로잡는 액션 연출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호러 액션으로 유명한 '갱스 오브 런던'에 김 감독만 한 적임자가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김 감독은 자신의 액션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색감을 넣는 데 좀 더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그는 "'늑대사냥'은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 액션을 내세웠지만,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좋게 본 것은 잔혹한 액션보다도 색감, 스토리텔링 등이었다"며 "'갱스 오브 런던'도 전 시리즈에서는 호러 액션 같은 면이 있었다면, 저는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 끌어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액션도 마냥 화려하게 연출하기보다는 감정을 담으려고 했다.
김 감독은 "액션은 감정 표현의 정점이 아닐까 한다"며 "주요 인물인 션 월리스가 런던 갱단의 정점에 있다가 몰락하면서 도망가는 장면에서도 감정이 느껴지도록 했다. 션이 사우나와 거리에서 벌이는 액션 등을 통해 런던이라는 도시가 션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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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갱스 오브 런던 3'는 한국인 감독의 첫 연출작인 만큼, 김 감독은 가능하다면 한국인 배우도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하려고 했다.
지크라는 새 등장인물을 한국인 배우에게 제안해보려 했지만, 이 역할을 일본계 영국인 배우 앤드루 고지가 맡게 되면서 무산됐다.
김 감독은 "지크 역할의 연령대 때문에 한국인 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하게 됐다. 대본에서 1화에 나오는 갱단이 동양인이 아니었는데 컨셉을 바꿔 한국인 갱단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지크 역할은 일본계 배우에게 돌아갔지만, 한국인 배우 신승환과 임주환이 시리즈에 합류했다. 이들은 1화 초반 한국인 갱단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갱스 오브 런던 3'에는 한국인 감독과 한국인 배우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영국 촬영 현장에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를 도입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스태프들을) 한국 식당에 데려가서 고기와 소주를 먹는 회식을 했다"며 "다들 한 번도 회식해본 적이 없다고 하던데, 반응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갱스 오브 뉴욕 3'에 이어 이다음에는 할리우드 영화에 도전한다. 그다음에는 한국 드라마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제가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꿈꾼 것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글로벌 작품은) 예산 규모가 더 크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에요. 한국 감독도 영어만 잘한다면 글로벌 현장에서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29일 16시32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