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40〉AI 도시의 가치 창출 메커니즘(중)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효율을 높이던 '데이터 모네타이제이션(Data Monetization)'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직접 가치를 만들어내는 'AI 모네타이제이션(AI Monetization)'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네타이제이션(Monetization)' 이란 본래 '화폐(Moneta)'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가치가 잠재된 대상을 경제적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을 뜻한다. 데이터 시대에는 인간이 이 과정을 수행하며 효율을 극대화했다면, 이제 AI는 데이터를 해석·판단·실행의 연속선에서 스스로 가치로 전환하는 경제적 행위자이자 구조적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가 산업의 연료였다면, AI는 그 연료를 가치로 전환하는 엔진이 되고 있다. 이는 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가치가 형성되는 메커니즘 자체의 진화다.

이 거대한 전환의 파도는 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의 차원으로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NITRD(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프로그램을 통해 AI 연구개발에 약 33억달러(4조5000억원)를 투입하고 있다. 국립과학재단(NSF), 에너지부(DOE), 국방부(DOD), 항공우주국(NASA) 등 주요 기관이 협력해 기초부터 응용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체계를 만들었고, 중국은 AI+ 이니셔티브로 2770억위안(약 52조원)을 투자하며 사회 전반을 하나의 알고리즘적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있다. AI는 이제 국가 혁신시스템의 기반 인프라이자, 사회적 가치 창출의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AI 모네타이제이션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확산이 아니라, 그 가치가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검증되는지를 실험하는 과정이다. AI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구조와 사회적 파급력을 시험하고 조율하는 공간, 즉 'AI 경제의 실험실(laboratory of the AI economy)'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러한 실험이 주로 국가 차원의 정책과 산업 구조 안에서 이루어졌지만, 이제 그 실험실은 국가에서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도시는 기술, 정책, 시민의 삶이 교차하는 가장 현실적인 테스트베드다. AI 전략이 더 이상 산업 정책의 언어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운영 원리와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는 AI 기술을 실험하고 정책을 검증하며, 시민이 체감하는 혁신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교통, 에너지, 환경,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가 아니라 도시의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도시의 두뇌(Urban Brain)'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즉 국가가 AI를 설계한다면 도시는 그것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사회적 가치로 전환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도시는 여전히 '물리적 인프라의 총합'으로 작동한다. 도로는 교통을, 송전선은 에너지를, 행정조직은 시민 서비스를 담당하지만, 각각은 서로 다른 언어로 작동한다. 일례로 교통신호는 일부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알고리즘에 의존하고 에너지 망은 수요예측보다 공급 안정성에 집중하며 행정은 경험과 절차에 따른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 도시는 반응하지만 사고(Thinking)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AI 도시는 이 분절된 체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연산·정책이 결합된 지능형 운용체계(Intelligent Operating System)'로 진화 중이다. 교통신호, 에너지 흐름, 행정 의사결정, 복지 서비스 등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도시 신경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치 인간의 두뇌가 신경을 통해 신체를 제어하듯, 도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자기학습형 유기체'로 전환되고 있다. '반응하는 도시'에서 '학습하는 도시'로의 전환, 이것이 바로 AI 도시 가치 창출 매커니즘의 핵심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