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칼럼] 불안한 5060, 더 불안한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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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칼럼] 불안한 5060, 더 불안한 2030

추석 연휴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부동산 투자 얘기를 들었다. 직장도 거주지도 부산인 30대 부부는 왕창 대출받은 돈에다 전세를 끼고 서울 소형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거주 계획이 전혀 없는, 오직 자산 축적을 위한 투자였다. 부부는 대출 부담을 줄이려고 수도권도 알아봤지만 ‘이왕 투자하려면 서울에 하라’는 조언을 들은 뒤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벌어진 자산 격차를 어떻게든 쫓아가려면 불가피한 선택 아니냐고 했다.

서울 성수동 전세 아파트의 집주인이 지난달 갑자기 바뀌어 당혹스럽다는 지인도 있었다. 충북 충주에 사는 젊은 매수인이 아파트에 와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며 실거주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서울 똘똘한 한 채’ 투자를 경험한 그는 서울 아파트가 갖는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아파트는 자산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지방 부동산과의 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서울 쏠림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알게 모르게 늘어나는 젊은 지방 거주자의 ‘영끌’ 또는 ‘몰빵’ 서울 아파트 투자가 이를 방증한다.

영끌이든 몰빵이든 이 같은 투자에선 2030세대의 불안과 초조함이 엿보인다. 본인 노력만으론 도무지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벌어져 버린 자산 격차를 무리해서라도 좁혀보려는 안간힘도 느껴진다. 하지만 다수의 2030세대에게 서울 아파트 영끌 투자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부모 조력이든 대출이든 그만한 여력을 가진 이는 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불만이 많지만 어떻게 할 도리 없는 자포자기 심정일 개연성이 더 크다.

미래를 이끌어갈 2030세대를 둘러싼 고용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좋은 일자리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임금 소득은 자산 축적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경제구조가 변하면서 대기업·정규직 일자리가 좀체 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대로 너무나 경직적인 고용 제도와 기성세대를 주로 대변하는 강성 노조도 청년 취업난을 부르는 요인이다.

이처럼 현재는 물론 미래 전망도 불안한 2030세대지만 짊어져야 할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3조2000억원 소비쿠폰 지급 등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 데서 보듯 젊은 세대가 갚아야 할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정치권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바꾸지 못한 탓에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고갈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이들 사회보장기금이 고갈되면 미래 세대가 더 많은 세금을 내서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 빠른 고령화 흐름도 노인 부양의 책임을 키우고 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후 불안을 걱정하는 5060세대도 적지 않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중심으로 60대 이상 취업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주된 배경이다. 그렇지만 과거 경제가 고도 성장하던 시기에 5060세대가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일자리와 부동산 자산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하다.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좀체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대별·지역별로 벌어진 자산 격차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장벽으로 생각해 좌절하는 청년층도 많다. 갈수록 벌어지는 자산 격차는 젊은 세대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 불안도 키운다. 2030 청년층이 의욕을 갖지 못하는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더 늦기 전에 서울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 자산시장의 성장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서울이든 어디든, 부동산이든 아니든 예측 가능한 자산 축적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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