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의 전체 연구비 중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책정된 연구비 비중이다. 연구 과제 4건 중 1건은 산업계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통상적인 대학 연구소의 연구개발(R&D) 과제가 대부분 산업계와 분리된 학계 차원 기초연구에 머무르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연구소가 그동안 이뤄낸 산학 협력 모범 사례도 많다. 전산 열역학을 통한 신소재 개발(정인호 교수), 적층 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문제 해결(김충수 박사), 소음 진동 문제 해결(남정민 박사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의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바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쉬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1989년 연구비 8900만원, 연구 과제 6건으로 시작한 연구소는 2023년 연구비 290억원, 과제 179건 규모로 성장했다. 그동안 배출한 석·박사 연구 인력만 3700명이 넘는다. 로봇,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드론, 생체기계, 극초음속 비행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도할 첨단기계기술 연구가 핵심이다.
연구소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지형에 발맞춰 센터 중심 조직으로 운영 중이다. 다양한 기술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신재생에너지 활용 기술 등을 연구하는 에너지환경연구센터, 연료전지 등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만드는 생체기계공학연구센터,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개발하는 스마트제조연구센터, 햅틱스 기술을 연구하는 로봇연구센터가 연구소 내에 구축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각 센터는 세계적 역량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박희재 창의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용접 공간, 토의 공간, 제조 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여러 종의 3차원(3D) 프린터부터 메카트로닉스 실험 실습 장비까지 갖춰 학생이 자유롭게 설계와 제조 활동을 할 수 있다. 서울대 기술지주, 기술보증기금과 연결한 금융 상담 및 투자 지원,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까지 지원한다. 학생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57석 규모의 공동 연구실도 마련해 연구실 간 벽을 허물고 네트워킹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