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자본이 작동하는 비대칭 현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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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30 09:22 수정2025.05.30 09:22

김동철 한성대 교수

김동철 한성대 교수

인류는 평화의 시기에 대칭에 익숙하다. 피라미드나 그리스 신전 같은 역사적 건물도 대칭으로 디자인됐다. 고전적인 인물화도 얼굴이 대칭되도록 정면으로 그렸다. 조선 임금들의 초상화는 모두 정면으로 그려졌다. 세계 발달사를 통계분석으로 설명하는 분야의 대가인 바츨라프 스필이 저술한 사이즈(SIZE, 2024)에 따르면 남녀의 얼굴에 대칭성을 높이자 매력도가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얼굴의 대칭성이 강한 사람은 긍정적인 성향도 강하고, 배우자로서도 선호된다고 한다.

건축이나 예술에 비대칭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파도 모양의 서울시 청사는 비대칭 건물의 전형이다. 비대칭은 자연스럽기보다는 다소 인위적이다. 그러나 비대칭의 세상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쟁이 난무하는 시기에는 전쟁에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서 비대칭이 힘을 받는다. 군사의 수나 무기의 우월성, 그리고 전술의 뛰어남 같은 비대칭이 절실하기 마련이다. 임진왜란 때 육지에서 조선군은 일본군의 화승총에 압도당했지만, 해전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전술에 일본 해군이 거의 전멸당했다. 세계 2차대전 때에는 미국의 버니마 부시가 주장한 룬샷 프로젝트가 비대칭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일례로 기술적으로 사장됐던 레이더 기술을 전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킴으로써 독일의 잠수함을 공군력으로 물리칠 수 있게 되었다. 2차대전을 확실하게 마무리한 원자폭탄은 지금까지도 비대칭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사망률이 4배 높아졌고, 시리아 내전 때의 사망률은 평화의 시기와 비교해서 10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시기엔 비대칭적인 과학과 무기의 개발로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열망 또한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기와 맞물려 기술적인 비대칭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평화 시보다 10배 이상의 속도로 기술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면 단순히 따라가는 입장에서도 현기증이 날 정도다.

3차 산업혁명 초기 컴퓨터를 만드는 IBM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운송비까지 지불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도입해야만 했다. 이후에 개발된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에 있어서도 아마존과 구글의 독점적 지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 패권을 가진 나라에서는 로봇과 드론 같은 기술로 무기를 만들어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성능을 시험 중이다.

현재는 인공지능(AI)이 과거와는 다른 속도로 세상을 바꿔 놓을 기세다. 단순히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편리한 백과사전 느낌의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포털들은 글로벌 AI 들의 공격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앞부분에서 언급한 전쟁 때와 평화시 사망률도 AI의 도움을 받아 찾은 데이터다. 기술적인 비대칭은 지금까지의 추세를 본 것만으로도 다음 단계의 기술들이 어디서 나올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기술 비대칭의 리더들이 장착한 비대칭적 전략이 하나 더 있다. 전 세계인들은 여기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바로 재미와 자본력이다. AI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초기 AI의 한계였던 지속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 대화가 연결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공감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주는 서비스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만화의 장면처럼 변환된 사진에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다시 변형하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을 처리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회사들이 운영하는 AI 데이터 센터의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기와 네트워크, 그리고 컴퓨터 사용료가 누군가에 의해 지불되고 있는 것이다. 그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라서 보통의 기업들은 따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되겠지만, 그런데도 아직 무료인 이유는 우리가 물어보는 질문과 제공하는 사진들로 인해서 AI가 날로 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러한 기술의 비대칭은 점차 가속화하고 있고, 미래의 선진국은 자원의 강국과 기술 비대칭의 강국으로 구분될 것이다. 김동철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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