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시대, 합리적 소비와 자원순환의 가치가 결합하며 중고시장은 국내외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43조 원 규모로 커졌고, 중고차·중고명품·전자기기 등 다양한 품목이 활발히 거래되며,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수출 유망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지난해 63만8천대, 6조3천억 원 규모로 성장해 주요 수출 품목으로 부상했다. 중고 휴대폰은 물론이고 한류스타의 포토카드 한 장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수백만원에 해외로 수출되는 등 중고품 수출은 더 이상 불황형 저성장 산업이 아니고 시시각각 확장되는 수출업의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70억 달러에서 2025년 77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역시 2008년 4조원에서 2025년 43조원으로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K-컬처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한류 관련 중고품목들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K-팝 앨범, 굿즈, 포토카드부터 K-뷰티 제품, 한국 브랜드 의류까지 다양한 중고품이 전 세계 팬들에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차 수출만 봐도 그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63만8천대가 수출되어 6조3천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으며,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중고차 수출 허브가 구축되면서 연간 100만대 수출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고차뿐만 아니라 중고 전자제품, 명품, 스포츠용품 등도 품질과 가성비를 인정받아 해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중고품 수출산업에 관세 인하 및 통관 절차 간소화 등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에서는 의제매입세액공제 등을 활용해 중고수출에 대해 사실상 부가가치세 부담을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세제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부터 '북오프', '세컨드 스트리트', '하드오프' 등 중고품 전문 체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수천 개 점포를 운영하며 중고 수출산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미국과 유럽 역시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중고시장에 대한 정부정책은 환경적 측면의 리사이클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수출산업으로의 인지가 잘 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중고차를 제외한 대부분 중고품 수출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중고 수출시장은 단순히 환경보호라는 도덕적 기치를 넘어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가적 이익과 직결된다. 중고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중고품 수출에 대한 세제 혜택과 통관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고, 중고품 품질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며, 수출용 중고품 매입·보관·물류 등 전 과정을 지원하는 종합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K-컬처와 연계한 중고품 수출은 한국만의 독특한 경쟁력이다. 한류 팬들이 선호하는 중고 상품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중고 수출은 K-콘텐츠에 이은 새로운 한류 수출 동력이 될 수 있다. 어떤 정부정책이 필요한지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상황 아닐까?
이제는 정부가 중고시장 활성화를 위해 실질적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중고시장은 더 이상 불황형 산업이 아니라, 'K-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수출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수출품목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43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중고시장을 단순한 내수 시장에 머물게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것인가.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중고 수출산업 육성을 통해 수출 1조 달러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