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대학 및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해 양산화에 성공시키는 것은 단순한 기술 거래를 넘어 연구개발(R&D) 성과를 신사업 창출과 기술료 수입으로 연결시키고, 국가 차원의 R&D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마지막 단계다. 이러한 중요성에 따라 정부는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국책사업을 운용하며 참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기술사업화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후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는 비율은 10% 미만이며, 제품 출시 후 지속적인 매출로 연결되는 사례는 고작 2~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다. 기술이전 사업화의 성공률을 높이고 신사업을 개척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보다 정교한 제도 개선과 실용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역량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 인력과 시설·장비 부족은 물론,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문제까지 맞물려 기술사업화의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공공기관의 기술이전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며, 산학연 협력의 본질적 가치가 발휘되는 지점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 역시 이러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기관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최근 4건의 기술을 이전받아 그중 2건(MCT, APD)은 이미 매출로 이어졌고 나머지 2건(GaN Power RF)도 사업화를 위한 후속 R&D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성공률만 따져도 전국 평균치보다 20배 높은 성과다.
국내 기술사업화의 성공률이 낮은 원인은 여러 가지로 지적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두 가지를 꼽자면, 첫째 기술이전 기술의 완성도 편차가 크며, 아이디어 수준부터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다양하지만 100% 완결된 기술은 드물다는 점이다. 둘째로 기술을 이전받은 중소기업들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기술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양산에 이르는 역량이 대체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기술이전 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부처별 프로그램의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역량강화사업'은 지원이 없는 경우에 비해 사업화 성공률을 약 15%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둘째, 기술을 이전하는 공공기관도 이전기술의 사업화를 돕는 후속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중소기업보다 월등한 자원과 전문성을 갖춘 만큼 기술의 완결성을 높이는 노력이야말로 연구자의 자존심이자 공공기관의 책무라 할 수 있다.
완전한 제품화까지 남은 1%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그 1%에서 진정한 노하우와 기술이 발현되고,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이제는 연구개발 성과를 행정적 기술이전에만 그치지 않고 사업화까지 완성하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와 실용적 프로그램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
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 dhcho@sigetronics.com
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