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빠진 中 마오타이주 시장
마오쩌둥이 즐겨 마신 中 국주… ‘국경절’ 앞두고도 가격 하락세
5월 내려진 ‘관료 금주령’에 타격… 젊은 소비자 외면에 미래도 불투명
장기 내수 침체의 단면으로도 꼽혀
● 中 최고 명주의 굴욕
중국 전통술인 ‘바이(白)주’ 한 병에 40만 원이라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마오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는 외국 국빈이 중국을 방문하면 연회 테이블에 오르는 고급 술이다. 일반 중국인 가운데 살면서 한 번도 마오타이를 마셔 보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나름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중요한 손님을 접대해야 하거나, 결혼식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 주로 쓴다.중국에서 워낙 특별한 술로 통하다 보니 마오타이와 관련된 일화도 많다. 2000년 전 한나라 무황제 시절부터 최고의 술로 인정받았고, 중국공산당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19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파나마 태평양 국제 박람회’에서 마오타이 술병을 일부러 깨뜨렸고, 박람회 심사위원들이 그 향기에 매료돼 금상을 차지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1972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와 만찬에서 건배한 술도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 가격은 예년에도 종종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가격 하락세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관료 사회에 내려진 ‘금주령’ 때문이다. 올해 5월 중국 당국은 ‘당정기관의 절약 실시와 낭비 반대 조례’를 발표했다. 조례에는 당정기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고급 식사, 담배, 술 등을 제공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권고에 일부 지방정부와 기관들은 아예 직원들끼리의 식사를 금지시키거나, 업무가 아닌 지인들과의 술자리도 단속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외식과 주류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조례 이후 바이주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마오타이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현지 주류 업계 관계자는 “마오타이는 마시는 용도가 아닌 선물용, 접대용으로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법이다. 하지만 마오타이는 아무리 맛과 향이 좋아도 직접 마시기엔 비싸고, 정작 접대용으로 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점도 매출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중국 젊은이들은 바이주 같은 도수가 높은 술을 덜 선호한다. 대신 맥주나 와인, 칵테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을 선호한다.
고객 확보를 위한 사업 다각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매장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중국 1위 커피업체 ‘루이싱’과 공동으로 술이 들어간 ‘장향 라테’를 출시했다. 하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장향 라테는 출시 초반에 ‘애국심’ 마케팅에 편승해 하루 수백만 잔이 팔리기도 했지만, 출시 1년여 만에 자취를 감췄다.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역시 올해 4월 회사 내의 전담 사업부가 해체됐다.
가격대를 낮춘 제품도 개발했다. 마오타이는 2022년 1000위안(약 20만 원)대 시장을 노리기 위해 ‘마오타이 1935’를 내놨다. 출시 2년 만인 2024년까지 누적 매출이 300억 위안(약 5조8600억 원)을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제품 역시 올해 매출이 크게 줄면서 병당 가격이 공식 출고가(1188위안)보다 낮은 600위안(약 11만7000원)까지 급락했다. 급기야 마오타이 측은 지난 7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새로운 버전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中 소비시장 침체의 단면
2001년 중국 증시에 상장된 마오타이는 2015년 이후 줄곧 두자릿 수 매출 성장세를 이어 갔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의 부자들과 관료들은 마오타이를 마시며 ‘성공의 기쁨’을 누렸다. 또 마오타이 주가는 중국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지표 중 하나로도 통했다. 2022년에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를 누르고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를 꿰찼다.
하지만 1일 현재 시총 5위까지 내려앉았고, 주당 가격도 중국 인공지능(AI)칩 설계업체인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와 1위 자리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회사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마오타이의 올 상반기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6% 늘어난 910억9400만 위안(약 17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총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순이익 증가율은 201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오랫동안 중국 소비자 수요의 지표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광범위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으로 매출이 침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중국 소매판매는 작년 동월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로이터 등 외신들의 예상치(4.6%)보다도 크게 낮았고,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 회복을 올해 최우선 경제 과제로 삼고,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 등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것. 전문가들은 다음 달 열릴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대대적인 부양책이 나와야만 내수 회복과 함께 중국이 목표로 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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