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9일 미국의 리보핵산(RNA) 기반 면역치료제 개발 바이오테크 오르나 테라퓨틱스를 24억 달러에 인수했다. 노바티스도 지난해 10월, 근육 조직으로의 RNA 전달 기술을 보유한 애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120억 달러에 인수했다.
다양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 경쟁 속, 원형 RNA(circRNA) 기술이 주목받고 있. 원형 RNA는 기존에 널리 쓰이는 선형 RNA 기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알지노믹스가 지식재산처의 특허 전략 사업인 IP-R&D를 통해 '자가원형화 RNA' 기술 특허를 국내외에 등록하며 관련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선형 RNA 약점 보완하는 원형 RNA"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선형 RNA 기술에 이어 원형 RNA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RNA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는 기존 치료제보다 한 단계 앞선 접근으로 평가된다. 항체 치료나 화합물 치료제가 이미 생성된 질병 유발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RNA 기반 치료제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 생성 ‘설계도’ 역할을 하는 RNA를 활용해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를 공략한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막거나 필요한 단백질을 새롭게 만들도록 지시하는 방식이다. 접근이 어려웠던 표적도 공략할 수 있고, 병원체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 플랫폼 기술로도 각광받는다.
코로나19 당시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한 주사제가 대표적인 mRNA 기반 백신이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설계도를 인체에 주입해 몸이 해당 단백질을 일시적으로 만들도록 유도하고, 면역 반응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후 RNA 기술은 백신을 넘어 암, 희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 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선형 구조의 RNA가 활용돼 왔다. 선형 RNA는 양 끝이 열려 있는 특성상 체내의 RNA 분해 효소(RNase)에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양 끝부분부터 잘려 나가며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RNA 자체를 변형하는 등 복잡한 전달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RNA 백신은 운송·보관·전달 과정에서도 RNase에 의해 분해되기 쉬워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있다. mRNA에 뉴클레오타이드 변형을 도입해 안정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공정 부담이 크다. 보관·유통 단계에서 저온 장치가 필수적인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원형 RNA는 구조적 특성상 선형 RNA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리와 꼬리(5′ 말단과 3' 말단)가 ‘고리처럼’ 연결된 구조로, 양 끝이 닫혀 있어 사실상 끝이 없다. 이 때문에 분해 효소가 결합해 잘라 들어갈 지점이 상대적으로 줄어 체내에서 더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같은 투여량에서도 단백질 생성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어 투약 간격을 늘릴 수 있고, 세포 안의 단백질 합성 기계(리보솜)가 원형 구조를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발현 효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형 RNA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연구가 이어졌다. 원형 RNA는 20세기 중후반부에 이미 발견됐지만 한동안은 RNA 발현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포 안에 다양한 원형 RNA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일부는 기능을 가진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예컨대 원형 RNA가 miRNA를 제어한다는 연구가 있다. miRNA(마이크로RNA)는 세포 안에서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 생산을 브레이크처럼 조절하는 아주 짧은 RNA다. 원형 RNA가 miRNA를 붙잡아두면 miRNA가 원래 억제하려던 표적 유전자에 붙지 못해 조절 효과가 약해지는 방식이다. 즉 원형 RNA가 miRNA를 조정해 유전자 발현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원형 RNA가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단백질의 활성이나 세포 내 이동을 조절하거나, 숙주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이 확인됐다는 연구도 뒤따랐다. 최근에는 시험관 내에서 인공적으로 원형 RNA를 합성하는 기술까지 발전하면서 백신과 치료제 후보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스스로 고리 완성하는 RNA...원형화 효율 높인다"
이처럼 원형 RNA는 차세대 RNA 기반 백신·치료 플랫폼이 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오르나 테라퓨틱스는 환자 체내에서 면역 치료 물질이 생성되는 in vivo CAR-T라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여기에 원형 RNA를 사용한다.
알지노믹스의 ‘자가원형화 RNA’는 RNA가 스스로 고리 구조를 완성하도록 설계해 원형 RNA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원형화 기술은 효소처럼 작동하는 RNA인 리보자임을 이용해 RNA를 절단한 뒤 다시 이어 붙이는 구조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염기서열이 일부 남을 수 있고, 이는 면역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지적돼 왔다.
알지노믹스의 방식은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스스로 특정 부위를 인식해 스플라이싱을 하고, 최종적으로 불필요한 외부 서열이 남지 않는 원형 구조를 형성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스플라이싱은 전구 mRNA에서 필요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가공 과정을 뜻한다. 알지노믹스는 이 편집 과정이 직선으로 끝나지 않고, 끝과 끝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고리 형태로 마무리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공정 단계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 분석 기관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원형 RNA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2억 달러에서 연평균 26.4% 성장해 2033년에는 10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원형 RNA 치료 기술과 시장은 유망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추가적인 개발과 평가가 더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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