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중국 측 대표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의 최측근 쉬융창(徐永昌) 중장. 장 주석은 하루 뒤인 같은 해 9월 3일 항복 문서를 전달받았고 이 날을 ‘전승절’로 정했다. 국민당 치하의 중국이 주도적으로 나섰기에 일본을 이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사실이 보여주듯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항일 주역은 국민당이었다. 중국공산당 또한 일부 전투에서 유격전으로 싸웠으나 국민당의 ‘보조’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힘을 소진한 국민당은 공산당과의 내전에서는 졌고 대만으로 패퇴했다.
그간 중국의 역대 지도자는 자신들이 주역이 아닌 전승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르다. 그는 집권 이듬해인 2014년 전승절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2015년 전승절 70주년, 올해 전승절 80주년에는 연달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또 당시 국민당의 역할을 모조리 부정하고 공산당의 치적만 부각시키고 있다.시 주석의 역사 책사로 꼽히는 취칭산(曲靑山) 중국공산당 중앙당사·문헌연구원장의 행보를 보자. 그는 열병식 직후인 지난달 8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공산당이 ‘중류지주(中流砥柱·역경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기둥)’ 역할을 한 것이 항일 전쟁의 승리 열쇠”라는 글을 실었다.
특히 취 원장은 일본군이 만주를 침략한 1931년부터 공산당이 항일을 주도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보다 훨씬 이전이라고 강조했다. 서구 주요국이 파시즘에 대적하기 전부터 공산당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역사 인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절대 다수의 역사학자는 중일 전쟁의 발발 시점을 베이징에 주둔하던 일본군 병사가 실종된 1937년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으로 본다. 반면 중국은 최근 주요 교과서 등에서 전쟁의 발발 시점을 만주사변으로 바꾸고 있다. ‘동북공정’ 등에서 보듯 주변국과 얽힌 역사를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중국의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공산당에 유리하지 않은 역사까지 노골적으로 미화하며 수많은 문건과 자료로 입증된 국민당의 기여를 무시한다.이는 결국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시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경제의 발전 기틀을 마련한 덩샤오핑(鄧小平)도 이루지 못한 대만 통일을 꿈꾸고 있다. 국민당의 업적을 폄훼해야 통일 시점이 빨라질 것이며 중국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서사 또한 구축하려 하는 그의 속내가 역사왜곡 시도에서 엿보인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러시아가 중국 공수부대의 낙하산 훈련 등을 지원하고 군수물자 이동 방법 또한 공유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최신의 실전 경험을 쌓은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대만 침공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시 주석은 열병식 당시 자신보다 오래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번 세기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불로장생을 꿈꾸는 두 권위주의 지도자의 협력이 대만해협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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