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의 저서에 등장하는 다모클레스의 일화를 묘사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도시 시라쿠사를 지배하던 폭군 디오니시우스는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궁정 신하였던 다모클레스가 왕을 부러워하며 “폐하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디오니시우스는 하루만 왕처럼 살아보라며 그에게 흔쾌히 왕좌를 양보하고 연회를 베풀었다. 일일 왕이 된 다모클레스는 황금 접시, 값비싼 음식, 아름다운 시녀들의 시중에 황홀해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머리 위를 올려다본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말꼬리 털 하나에 겨우 매달린 날카로운 검이 자신의 머리 바로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겁에 질려 더 이상 술도 음식도 삼킬 수 없었다. 결국 왕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왕의 자리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제 내려가고 싶습니다.” 사실 왕인 디오니시우스 자신도 행복하지 않았다. 늘 반란과 암살의 공포 속에 살아야 했기에 왕좌 위에 칼을 매달아 뒀던 것이다. 화가는 키케로의 원전과 달리 궁정 남자들을 여성 시녀들로 바꿔 그렸는데, 이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토머스 호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유혹과 찬사로 둘러싸인 권력의 불안함과 위태로움을 강조하는 효과를 낳았다.권력은 손에 넣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 권력은 위험과 시기, 불안을 수반하기에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화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왕관을 쓰려는 자가 있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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