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전선 굵기(2.8㎜)의 유연 내시경 수술로봇이 자율주행으로 환자의 요도와 방광, 요관을 거쳐 신장까지 80㎝가량을 이동해 레이저로 결석을 제거한다. 국내 수술로봇기업 로엔서지컬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의 기능이다. 국내 46만 명, 전 세계 1억 명에 달하는 요로결석 환자에게 기존 수술의 단점을 극복한 획기적인 치료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장결석 깨는 자율주행 로봇
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는 6일 “올해 4분기쯤 전국적으로 자메닉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엔서지컬은 2018년 당시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현 명예교수)였던 권 대표가 제자들과 함께 설립했다. 로엔서지컬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AI 기능을 접목한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를 일부 대형병원에 시범 공급했다.
대표적 요로결석인 신장결석의 치료법은 등 부위를 개복하는 절개 수술법과 요도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역행적 신장 내 수술(RIRS)’, 초음파 분쇄술 등 세 가지가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의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초음파 분쇄술은 효능이 낮아 재발률이 높고, 주변 장기에 가해지는 충격으로 부작용이 생긴다. RIRS는 흉터도 없고 회복도 빨라 가장 효능이 높지만 의료진의 수술 난도가 높다는 게 문제였다. 두 명의 의사가 각각 8㎏짜리 방사선 차폐용 납복을 입고 방사선을 통해 내시경 위치와 결석을 확인해가면서 장시간 손목과 팔을 비틀며 결석을 끄집어내야 한다.
하지만 자메닉스를 쓰면 납복을 입을 필요도, 힘든 자세로 고난도 수술을 할 필요도 없다. 자메닉스는 지렁이같이 생긴 내시경 끝부분이 270도로 휘어지고 360도로 회전하면서 환자의 요도에서 시작해 신장까지 유연하게 들어간다. 한 번 다녀간 경로는 AI가 학습하기 때문에 두 번째부터는 자율주행으로 신장까지 도달해 결석을 파쇄하고 빼낸다. 내시경 끝 광섬유에선 레이저가 나와 AI가 표적한 결석을 깬다. 특히 환자 호흡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결석도 정확히 깨도록 ‘호흡 보상’ 기능도 갖췄다.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임상 결과 일반 수술의 잔석 제거율은 75~85%였지만 수술로봇은 93.5%였다. 수술 시간도 35% 단축했다. 이주용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다른 수술 로봇이 경운기라면 자메닉스는 자율주행 자동차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도로 들어가 담석도 제거
자메닉스는 2023년 정부의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현재 232명 환자를 대상으로 삼성서울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5곳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로엔서지컬은 해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고 국립병원인 RSCM에 지난 6월부터 자메닉스를 시범 공급하고 있다. 5월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신청했다. 내년 1분기께 인가를 받으면 미국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미시간대 등 대학병원과도 공동 임상연구를 계획 중이다. 정부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주요국 로봇 내시경 회사는 로엔서지컬을 포함해 인튜이티브서지컬, 존슨앤드존슨메디컬 등 4곳뿐이다.
권 대표의 최종 목표는 인체 내 각종 구멍으로 들어가 수술하는 ‘관내 수술 로봇’ 분야 세계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권 대표는 “코를 통한 폐암 수술, 식도를 통한 위암 수술 등 로봇수술의 적응증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