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반사이익’ 누리는 與의 독주… 5년 전 ‘입법폭주’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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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정치부 차장

황형준 정치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 같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60%에 가까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결과에 대해 탄핵된 윤석열 정부의 기저효과, 새 정부 출범 기대감, 지리멸렬한 국민의힘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변에선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숨만 쉬어도, 출근만 해도 비상계엄을 한 전임 대통령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간을 돌이켜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유사한 흐름이었다. 박 전 대통령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뒤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받으며 지방선거, 총선까지 압승했다. 2018년 당시 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고문은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까지 꺼냈다.

이 같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이 되자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다수로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오만과 독선을 보였다. 번번이 야당과 협의 없이 법안을 밀어붙였고 ‘입법독주’, ‘입법폭주’라는 말이 등장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이 논란이 되면서 여권 지지율은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과거가 떠오른 건 6·3 대선으로 2022년 이후 다시 3년 만에 여당이 된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법제사법위원장과 예결위원장 구성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정부 견제가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던 것과 정반대 논리로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것이다. 5년 전 상임위원장 독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3일엔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4일엔 추경안을 여야 합의 없이 처리했다. 야당은 민주당이 협치를 포기하고 입법 폭주를 시작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 처리를 강행한 것은 기사회생이 불가해 보일 정도로 ‘폭망’한 국민의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이 끝난 뒤에도 친윤(친윤석열) 주류는 반성할 줄 모르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채 쇄신과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친윤 1진’이 떠난 자리에 ‘친윤 2진’인 송언석 원내대표가 당선됐고 혁신위 출범 당일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인적 쇄신 무산 등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좌초됐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의 2배를 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국민들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까지 바로 좌초됐다”며 “국민들로부터 ‘느그나 똑바로 해라’ 이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심의 추는 언제 어떻게 어디로 기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국민적 지지를 받더라도, 만만한 야당이 당장 저항하지 못할 것 같더라도 검찰개혁 등 민감한 법안 강행과 일방적 국회 운영, ‘협치 실종’은 결국 여권 책임으로 돌아온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얻는 반사이익은 한철이라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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