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는 2019년 4월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던 996 근무, 즉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는 주 72시간 근무제를 칭송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현대판 노예제” “근로자를 착취하는 경영자”란 비판이 일었다. 분배를 중시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기)’ 정책을 강조했던 중국 당국 또한 2021년 72시간 근무를 법으로 금했다.
중국에서 사라진 듯했던 이 문화가 최근 미국에서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각국 언론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뉴욕 월가의 금융사, 법률회사 등에서도 주 70시간 이상 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속속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의 패권을 두고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근무 조건에 주 6일, 70시간 이상 근무를 내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에 일격을 얻어맞은 미국 빅테크 업계로선 “생존이 시급한데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찾을 겨를이 있느냐”란 생각을 가질 법하다.일부 스타트업은 주 7일 근무까지 자청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소나틱’은 채용 공고에 “일주일 내내 대면 근무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 대신 숙소, 음식 배달, 데이트앱 무료 구독 등을 지원한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릴라’ 또한 직원 80명 전원이 996 근무를 한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4일 팟캐스트 ‘올인’에 출연해 “중국의 워라밸은 996이다. 당국이 불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다들 그렇게 일한다”며 “우리의 경쟁자는 중국”이라고 996 근무를 옹호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또한 “주 60시간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최적 지점”이라고 했다.
이 세상의 모든 근로자가 주 72시간 일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열심히 일해서 남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일부 근로자의 의욕과 열의를 제도로 꺾는 일 또한 지양해야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만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5127달러(약 1억2258만 원)로 한국보다 2만 달러(약 2880만 원) 이상 많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의 명목 1인당 GDP 또한 2003년 이후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 확실시된다.이처럼 한국이 눈에 띄는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주 4.5일제 근무 논의가 제기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경쟁 없이 소위 ‘이자 장사’로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보는 업계가 사회 전반의 경쟁력 약화에 앞장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슐랭 스리스타 셰프 안성재는 “지금의 워라밸을 지키면 미래의 워라밸은 없다”고 단언했다. 남들보다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은 보상과 과실을 바라는 건 궤변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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