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고향인 오명진, 한화와 방문 경기서 공수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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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두산 내야수 오명진이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 경기, 8회에 3루타를 치고 질주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오명진(23·두산 베어스)은 4회초 타석에 들어서기 전, 우연히 관중석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여동생을 발견했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에게 '사인'을 보낸 뒤 타석에 들어선 오명진은 '대전 왕자' 문동주(한화 이글스)의 시속 148㎞ 직구를 받아쳐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오른쪽 외야에 높게 서 있는 '몬스터 월'을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오명진은 오랜 2군 생활을 잘 견뎠고, 고향 대전에서 가족들에게 값진 선물을 했다.
두산은 14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방문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에 호수비까지 펼진 오명진의 활약 속에 한화를 7-1로 꺾었다.
경기 뒤 만난 오명진은 "부모님과 동생 등 가족들이 오늘 야구장에 오셨다. 어디 앉아 계시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4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데 나를 응원하는 동생의 모습이 보여서 '확인했다'는 사인을 줬다"며 "가족이 야구장에 왔으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 타석에서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4회초 1사 1루에서 오명진의 타구는 몬스터 월 상단을 때렸다. 대전 외에는 모든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오명진은 "맞는 순간에는 나도 '넘어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홈런성 타구가 펜스 상단을 때리면, 타자는 1루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오명진은 속력을 늦추지 않았고 낙구 지점도 끝까지 확인해 2루타를 만들었다.
2루에 서서, 오명진은 부모님과 여동생이 기뻐하는 장면도 확인했다.
오명진은 8회 1사 1루에서도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3루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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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두산 유격수 오명진이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 경기, 침착하게 공을 잡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수비에서도 오명진의 재치가 돋보였다.
4회말 1사 1루에서 유격수 오명진은 노시환의 2루를 통과한 타구를 잡았다.
이어 몸을 날려서 글러브로 2루를 찍어 선행 주자 문현빈을 잡아냈다.
오명진은 "사실 글러브 토스를 하려고 했는데 미끄러지면서 '이 상태로 공을 던지면 악송구를 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아웃 카운트 한 개를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니까, 몸을 던져서 2루를 찍었다"라고 떠올렸다.
두산 모든 관계자가 "오명진은 쉴 새 없이 훈련하는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1군의 높은 벽에 막혀 있을 때도 오명진은 수비 훈련에 힘썼고, 중요한 순간에 '몸'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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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내야수 오명진이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 경기에서 맹활약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0년 2차 6라운드 5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오명진은 지난해까지 1군 정규시즌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2024년까지 1군 통산 성적은 8타수 무안타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지만, 결과로 보상받지 못했다.
위기도 있었다.
2022년 4월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결국 그해 5월에 일반 부대로 입대했다.
오명진은 "상무 탈락 통보를 받고 낙담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며 "부대에서도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좌절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전역 후 2024년에 두산으로 복귀한 오명진은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율 2위에 올랐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1위(0.407)에 오르며 두산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오명진은 3월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결국 4월 11일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번에도 오명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4월 23일에 오명진을 다시 1군으로 불렀다.
1군 복귀 후 주로 2루에서 뛰던 오명진은 강승호가 3루수 자리에서 흔들리자, 3루로 이동했다.
13일과 14일 한화전에서는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짧은 시간 동안 오명진은 '2루수, 3루수,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로 인정받았다.
오명진은 "2군에 머물 땐 내야 모든 자리에 서서 훈련했다. 나는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선수"라며 "어디든 정해주시면 그곳에서 뛰겠다. 외야로 나가라고 하면 기꺼이 외야수로도 뛸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며 오명진은 "제5의 내야수로 1군에 남겠다. 이후 출전 기회를 더 잡겠다"고 1차 목표를 세웠다.
고비는 있었지만, 이제 오명진은 주전 내야수 입지를 굳혔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4일 22시33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