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자원빈국의 설움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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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를 진행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석유공사 제공〉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를 진행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석유공사 제공〉

에너지 업계가 씨끄럽다. '대왕고래'로 불린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1차 탐사 시추 결과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다. 사업을 반대했던 여론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업 전면 취소까지 주장한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프로젝트를 추진한 정부는 난감할 따름이다.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 '자원개발'은 금기어다. 이명박 정부시절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공기업들의 부실논란이 초래된 것이 큰 이유다. 그만큼 대왕고래는 한동안 멈춰있던 자원개발에 새로운 희망처럼 다가왔고, 정부와 에너지 업계의 기대도 남달랐다. 하지만 1차 탐사 시추 결과는 실망적이었고. 지금은 비난의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자원개발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분야다. 불확실성이 큰 반면 투입되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혈세가 투입되면 찬반 갈등은 더욱 커진다. 원전만큼 정치적 해석이 많이 관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몇 번의 실패로 자원개발을 멈추기엔 대한민국 지정학적 여건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어떤 자원과 전기도 육로를 통해 끌어올 수 없고,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이슈는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에겐 파랑새 같은 이야기지만,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경험한 대한민국에게 자원은 일종의 트라우마다.

21세기 세계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코 '셰일 혁명'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었던 '미첼 에너지'의 시도는 당시 '정신나간 작업'으로 평가 받았다. 많은 실패 끝에 미첼 에너지는 성공을 거뒀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데본 에너지에 매각됐다. 세일 혁명 역시 지금의 결과에 오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자원개발의 실패는 대왕고래 이후에도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무용론을 제기하고 좌절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자원빈국'의 설움을 안고 있는 우리에겐 더욱 그렇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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