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철도물류 위기, 프로세스와 기술 혁신으로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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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운영연구실장이인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운영연구실장

철도물류 수송량이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철도 화물 수송량은 처음으로 2000만톤 아래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1800만톤대까지 감소했다. 10년 만에 반토막 수준이다. 수송분담률 역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철도물류 위기는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역설적으로 같은 기간 물류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23년 기준 51억건을 넘어 2020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로봇,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기술이 결합하며 물류는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첨단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철도물류는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 등 전통적인 2차 산업 중심 화물을 운송하는 데 머물러 있다.

생활 물류 중심으로 전환되는 물류시장에서 철도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요구될까.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철도물류의 혁신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철도물류가 다시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프로세스 간소화'다. 철도물류는 구조적으로 도로→철도, 철도→도로의 두 번 환적을 거친다.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며, 생활물류 시장에서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된다. 결국 환적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 화물역과 차량(화차)의 동시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화물역은 단순한 하역 지점을 넘어서서 물류센터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철도 선로 상부 또는 인접 공간을 활용한 '스마트 철도물류 터미널'은 이런 전환의 핵심 모델이다.

열차로 도착한 화물을 추가 운송 없이 곧바로 화물역과 통합된 생활물류 터미널로 이송·처리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거점 물류센터로 기능하게 할 수 있다. 도심 내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철도와 도로 물류를 통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동시에 환적 자체를 없애는 접근도 필요하다. 화물차를 그대로 철도에 싣는 '피기백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차량한계, 인프라 제약 및 운송시간 경쟁력 미흡으로 도입이 어려웠다. 그러나 저상화와 고속화를 결합하고 스마트 운영 시스템을 접목하여 개발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올해 '스마트 철도물류 터미널'의 유형별 기초설계안을 마련하고, 경제성·재무성 분석을 포함한 기술성·운영성 검증 결과를 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7년 이후 철도 화물역에 스마트 철도물류 터미널 개념을 본격 적용하기 위해 철도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국토교통부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으로 올해부터 '저상·고속 피기백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2027년까지 화차·인프라·운영시스템에 대한 상세설계와 국내 여건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2028년에는 시작품 제작, 2029년에는 전용 테스트베드와 영업선을 활용한 실차 주행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철도망 기반의 경쟁력 있는 차세대 철도물류 서비스 실현이 기대된다.

철도물류 회복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도로 중심 물류체계가 초래하는 혼잡, 환경오염, 안전 문제를 완화하고, 기업에 지속가능한 물류 대안을 제공하는 국가적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을 전환하는 결단, 철도물류 현장까지의 실용화를 고려한 연구성과의 완결성이다. 철도물류가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인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운영연구실장 mook79@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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